잠실도 청담도 싫어요…경매시장까지 찬바람 분다
금리 인상, 아파트 매매시장 하락 등 여파로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다. 지난달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역 아파트 경매 물건도 유찰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전국 경매 평균 응찰자수 역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어 경매시장이 본격적인 하락기에 접어들고 있다.
11일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26.6%로 전월(56.1%)보다 29.5%포인트 급락했다. 경매 4건 중 한 건만이 겨우 주인을 찾았다는 의미로, 이 같은 낙찰률은 전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22.5%) 이후 13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7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역시 전달(110%) 대비 13.4%포인트 하락한 96.6%를 기록했고, 평균 응찰자도 전달(3.6명)보다 0.6명 줄어든 3명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속되는 대출규제와 지난달 단행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매매시장 위축 등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한두 번 유찰돼 가격이 하락한 물건에만 일부 참가자가 관심을 보이는 등 대부분 수요자가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금리 인상 등으로 8월 이후 시장 분위기는 더 침체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낙찰이 된 물건도 1위와 2위 가격 차이가 큰 경우가 많아, 낙찰 받은 이가 실제 잔금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추가적으로 유찰이 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들도 유찰된 경우가 속속 나오고 있어 경매시장이 본격적인 하락세에 들어선 신호라는 전문가들 분석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D동 30층 전용면적 84㎡의 경우 이달 2일 경매를 했지만 유찰됐다. 감정가는 23억1000만원이며 현재 매매시장에서는 비슷한 층수 아파트가 27억원 전후의 호가로 나와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대우유로카운티 104동 12층 전용 157㎡ 역시 지난달 26일 유찰됐고, 서울 마포구 공덕삼성 104동 7층 전용 85㎡도 같은 날 유찰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263동 27층 전용 124㎡의 경우 지난달까지 총 3차례 유찰되기도 했다.
전국으로 봤을 때 7월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1262건으로 이 중 546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43.3%로 전월(45%)에 비해 1.7%포인트 하락했다. 낙찰가율은 전월(93.8%) 대비 3.2%포인트 낮은 90.6%를 기록해 올해 5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94.3%→93.8%→90.6%)를 보이고 있다. 평균 응찰자도 5.8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같은 기간 지방 5대 광역시 중에서는 대전 아파트 낙찰가율이 76.2%로 전월(88.4%) 대비 12.2%포인트 하락하면서 2014년 6월 이후 8년 만에 70%대로 진입하기도 했다. 이 밖에 울산(86.5%)이 전월 대비 6.8%포인트 하락해 2년7개월 만에 80%대로 떨어졌고, 부산(91.4%)과 광주(92.5%)는 각각 4.5%포인트, 3.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강원도는 7월 낙찰가율이 107.9%로 전월(108.2%)보다 0.3%포인트 낮아졌지만,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강은현 대표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는 추가적인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이라 시장을 관망할 필요가 있고, 실수요자라면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참여는 하되, 무리한 가격보다는 저가 수준으로 소신 입찰할 필요가 있다”고 향후 투자전략에 대해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