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현재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끌어올렸다. 앞서 지난 4월과 5월 연속해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한 것까지 포함하면 사상 첫 ‘3회 연속 인상’이다. 이번 빅스텝으로 기준금리는 2014년 10월(2.0%) 이후 7년 9개월만에 2%를 돌파하게 됐다.
한은 금통위가 이처럼 전례없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전에 나선 것은 국내 경제를 짓누르는 물가급등세가 예상보다 더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전세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원자재와 곡물 가격 상승과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 등으로 물가오름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0%로 집계되며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향후 1년 뒤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9%까지 치솟아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경우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 인상에 나서고, 근로자는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물가가 더 오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아울러 이달 말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가시화된 점도 한은 금통위의 빅스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달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 또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만약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경우 현재 1.50∼1.75%의 기준금리가 2.25~2.5% 수준까지 높아져 한국의 기준금리를 웃돌게 된다. 이 경우 가뜩이나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대를 웃도는 상황에서 더 높은 수익률을 쫓아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자본유출이 촉발되어 원화값 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원화값 하락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전세계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는데다, 물가상승 압박 요인 중 원자재 가격 상승, 전세계 공급망 충격 등 공급측면이 수요보다 더 강해 금리 인상으로 당장 물가를 잡기 어렵다는 점은 한은 금통위의 고민이다. 아울러 올해 1분기말 기준 가계부채 총액이 1859조원에 이르고 신규 취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82.6%(5월 기준)에 달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이자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