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중단 손실액에 대출 상환까지’…둔촌주공 ‘제2의 트리마제’ 되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가 중단된 지 두 달째를 맞은 가운데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NH농협은행 등 대주단이 7000억원 규모 사업비 대출 연장 불가를 결정함에 따라 조합원들이 인당 약 1억원 이상을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공사중단으로 인한 손실액이 하루하루 쌓여가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건설·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대주단은 오는 8월 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7천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했다.

대주단 측은 조합이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의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향후 사업 추진 역시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이런 입장을 정했다.

앞서 조합은 2017년 시공사업단 연대 보증을 통해 사업비 7000억원을 대출했다. 만기 날짜인 8월 23일 조합이 사업비를 상환하지 못하면, 시공사업단은 대위변제 후 조합에 사업비와 이자 등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다. 상환하지 못할 경우 조합은 파산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둔촌주공이 ‘제2의 트리마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성수동 트리마제는 2006년 성수1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한 사업으로, 추진 과정에서 시공사와 조합원 간 추가 분담금 갈등이 발생했다.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보증금액 3600억원을 상환하고, 경매에 부쳐진 사업을 인수했다. 돈을 못 갚은 조합원은 집을 빼앗겼다.

조합원 일부로 구성된 정상화위원회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15일 시작된 공사 중단이 6개월 이상 지속하면 추정 손실액은 1조6000억원이다. 조합원 1인당 약 2억7000만원의 피해액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대출 만기 후 이자 비용까지 더해지면 하루하루 조합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루하루 쌓이는 공사 중단 손실액에 대출만기까지 다가오면서 조합원 부담이 가시화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중재로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중재안을 통해 ‘2020년 6월25일 변경계약’의 유·무효에 대해 더 논하지 않을 것과 공사비 3조2000억원 대해 기존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에 재검증 신청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계약을 변경할 것, 마감재 고급화, 도급제 변경 등은 시공사업단과 조합이 협의해 수용할 것 등을 제안했다.

조합은 서울시의 중재안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지만, 시공사업단은 수용을 사실상 거부했다. 다만 최근 양측간 견해 차이도 다소 좁혀지는 것으로 전해져, 최종 중재안에 대한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조합 집행부 관계자는 “어려움이 많지만, 서울시의 중재 노력을 믿고 하루빨리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둔촌주공은 5930가구를 헐고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를 짓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이다. 그러나 추진 과정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를 놓고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간 갈등이 커지면서 공정률 52%인 공사가 지난 4월 15일 0시부로 전면 중단됐다.

전 조합장이 시공단과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공사비를 5600억원가량 늘리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새 조합 집행부가 이전 조합장이 맺은 계약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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