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통하지, 꼼꼼하지”…여자 관리소장 급증 이유 있네
‘아파트 관리소장’ 자리를 두고 유리 천장을 허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여성들은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남성 관리소장을 선호하는 탓에 아파트 입주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채용이 크게 늘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친화력, 회계 업무 경험 등이 여성 관리소장에 대한 인식 개선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여성 관리소장은 6731명으로 26.1%를 차지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여성 관리소장은 3643명이었지만 10년 새 84.7%가량 인력이 증가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여성 관리소장 비율은 20.3%였지만 올해 6월 기준 26.4%까지 늘었다.
실제 주택관리사를 채용해 공동주택 관리 현장에 배치하는 회사에서는 최근 여성 채용이 크게 늘었다. 국내 공동주택 집합건물 관리 1위 기업인 우리관리가 위탁 관리를 맡은 1292개 아파트·주상복합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6월 현재 여성 아파트 관리소장은 396명(30.7%)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 같은 조사에서 여성 관리소장이 10명으로 18.1%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새 비율은 12.6%포인트 늘어났다. 2022년 관리소장 공개 채용을 통해 이 회사에 입사한 여성은 전체의 34%를 차지할 정도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리소장은 ‘남성이 해야 하는 일’이라는 편견이 많았다. 하지만 여성 관리소장들이 현장에서 꾸준히 활약을 이어나가면서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입사한 관리소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여성의 채용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관리 관계자는 “동탄 A단지는 입주민들이 여성 아파트 관리소장에게 계속 일을 맡겨 달라고 해 다른 곳으로 배치됐던 여성 소장이 다시 돌아왔을 정도”라며 “여성들이 섬세함과 친화력을 앞세워 스스로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직 여성 관리소장들도 최근 이러한 인식 개선을 체감하고 있다.
조명화 경기 하남시 LH미사아란티움아파트 관리소장은 “예전에는 관리소장의 경우 남자가 일을 잘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여성이 점점 늘어나고 특유의 섬세함을 살려 업무를 꾸준히 해 온 결과 여성 소장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관련 자격 취득에서도 여성들 도전이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의 여성 응시 비율은 25.6%로 최근 5년래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