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998만원…서울 ‘헐값’ 상가 매물 쏟아진다
서울 일대 집합상가(건물 내 점포마다 소유권이 다른 상가)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상권이 저물면서 임대가격도 하향 추세다. 경매 시장에선 유찰을 거듭해 감정가 대비 10분의 1토막 난 가격으로 매각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일 부동산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1월1일~3월29일) 들어 서울에서 진행된 점포, 상가의 경매 건수는 99건이다. 이 가운데 91건은 이미 1회에서 최대 13회 이상 유찰을 겪은 상황이다.
동대문 인근 주요 점포들도 법원 경매에서 잇따라 헐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6가 동대문패션TV(현 롯데피트인 동대문) 쇼핑몰의 경우 7건의 경매가 진행됐는데, 3회에서 최대 8회까지 유찰 끝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상가의 경우 1.5㎡(전용면적)짜리 점포가 3188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금액은 감정가 1억9000만 원의 16.8%에 불과한 가격이다. 8번의 유찰을 거듭했다.
동대문 일대에서 헐값 낙찰은 일반화되는 분위기다. 인근 헬로우에이피엠 쇼핑몰 1.1㎡ 점포가 다섯 번의 유찰 끝에 감정가 700만 원의 35.1%인 246만 원에 낙찰됐고, 2.3㎡ 점포 역시 다섯 번의 유찰로 감정가 2400만 원의 32.8%인 787만 4000원에 낙찰됐다.
서울 구로구 테크노마트 지하 2층 A상가(2.2㎡)와 B상가(2.1㎡) 역시 7번째 경매에서 각각 감정가의 23.6%, 22.3% 가격에 팔렸다.
특히 감정가 10% 이하에 낙찰된 ‘초악성 매물’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 효성주얼리시티 지하1층 상가는 감정가 1억 5200만 원에 달했으나 13차례 유찰된 끝에 감정가의 6.5%에 달하는 988만원에 팔렸다.
테크노마트를 포함해 동대문 의류 쇼핑몰과 같은 테마상가는 ‘업종 제한’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인해 낙찰을 받더라도 활용도가 낮은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테마 상가 내에서도 층수에 따라 제한 업종이 다르다. 식당 층은 임차할 수 있는 메뉴(커피, 중식, 일식, 분식 등)를 적시한 뒤 중복 업종을 금지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테크노마트나 동대문에 있는 오픈형 상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수요가 줄어들어 매물이 많이 나왔다”라면서도 “상권이 죽었기 때문에 낙찰 했을 때 활용할 만한 게 없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은 업종 제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내 맘대로 활용할 수도 없다”라며 “상가 전체를 새로운 용도로 변경하거나 테마상가를 만든다거나 (이런쪽으로) 전체 소유자들이 이끌어야 하는데, 상권이 죽다 보니 상황이 쉽지 않다”라고 내다봤다.
경매에 앞서 상가 관리비 연체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상가 관리비는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비싼 편이라 누적된 관리비가 많을 경우 배(낙찰가)보다 배꼽(관리비 연체금)이 더 큰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가와 같은 집합건물의 관리비가 체납됐다면 전체 체납 관리비 중 공유부분 3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한다”라며 “관리단과 어느 정도 협의는 가능하겠으나, 일반적으로 가입비 미납의 경우 상권도 좋지 않고 활용도가 낮다 보니 유찰이 되는 사례가 많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