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도시경쟁력 중동·동남아에 밀릴 위기…용산이 판 바꿀 승부수
‘도심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대명제 아래 복합도시 개발 전쟁이 중동,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로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년간 야심 찬 청사진을 내놨지만 실패로 끝났던 용산 개발을 성공시키고, 세종·부산 등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민간사업자들에게 더 개방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다가올 전 세계 개발 시장에서의 변화를 한국이 선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주목받는 용산 일대는 수도 서울의 노른자 한복판이라는 지리적 장점과 함께 여의도 금융지구, 강남 상업지구, 광화문 문화역사지구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가 용산정비창 용지(여의도공원 2배)에서 추진 중인 국제업무지구 설립과 함께 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용산 공원 개발, 서부이촌동과 한남뉴타운을 비롯한 주거타운, 서울역과 연계한 용산역 일대 교통 중심 개발까지 맞물리면 수도 서울의 지도를 단숨에 바꿀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 곳이다. 하지만 ‘단군 이래 최대 개발 프로젝트’라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일관성과 추진력을 갖고 국가급 프로젝트를 총괄할 컨트롤타워(사령탑)가 없었던 데다 서울시장 교체 등 정치 지형 변화, 시민·환경단체의 반발까지 맞물리면서 10년 이상 표류 중이다. 용산 개발이 멈추면서 광화문~용산~여의도를 연계하는 작업도 동력을 잃었고, 서울의 도시공간 구조에 대한 고민이 끊어져 강남 쏠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용산 일대가 수도 서울의 새로운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용적률을 비롯한 도심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세계적인 스타트업 서울 본사 유치를 위해 국제학교, 병원과 교통 등 도심 인프라스트럭처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용산과 같은 도심 한복판 노른자위 땅을 방치하고 성공한 도시나 국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종과 부산 등지에서 야심 차게 진행 중인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건설산업과 정보기술(IT)·블록체인 등 다른 산업과의 연계성, 정부와 민간의 적절한 조화 등을 더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을 역임했던 김현아 전 국회의원은 “스마트시티가 아직 실체가 모호한 만큼 창의력과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데, 지금 한국의 일반적인 신도시 건설 과정을 답습하고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 정부에서 50조원을 투입했던 도시 재생 뉴딜사업도 성과를 내지 못하고, ‘벽화만 그리다 끝났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한국이 빨리 도시 개발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메가시티 경쟁에 합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멈춰 있던 용산 개발 시계를 다시 움직여 수년간 정체기에 놓여 있던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세종·부산 등 지역 거점을 육성해 지방 쇠퇴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용산 등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도시 개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최근 집단지성으로 도시계획을 세우는 경향이 강한데, 개인의 상상력과 창의력도 인정할 줄 아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글로벌 메가시티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도 많다. 신도시 노하우 등 축적된 자산을 기반으로 스마트시티 기술을 결합하면 각국 상황에 맞는 ‘도시 수출’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에 가까운 수준이고, 인구가 풍부하면서 집적화된 산업도시엔 인구 15만명 규모의 중형 도시를 지향했던 울산 모델을 수출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은 국가에는 IT를 결합한 한국식 신도시 모델을 수출할 수 있다. 경제성장과 인구 집중의 부작용을 해결할 최첨단 솔루션을 담는 수요가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한국은 IT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 성공적인 산업단지·도시 건설 경험이 맞물리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