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주택 ‘싹쓸이’…지방 부동산 쇼핑에 34조원어치 쓴 이들의 정체
다주택자들이 지방을 중심으로 저가주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다주택자 8만명이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지방주택을 34조원어치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서 투기거래가 성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공시가 3억원 이하 지방주택을 2건 이상 구입한 소유자는 7만8459명으로 조사됐다. 거래금액은 33조6194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건수는 21만1389건에 달한다.
연령대별로 ▲20대 이하 8882건(1조3531억원) ▲40대 6만3931건(10조6645억원) ▲50대 5만5601건(8조1393억원) ▲60대 이상 4만4598건(6조3330억원) 등이다. 10대 이하도 302건(332억원)을 매입했다.
경제력이 없는 미성년자와 사회초년생의 경우 대다수가 자본이 부족해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를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미성년자들은 2019년부터 올해 3월까지 부모찬스를 활용해 2719건(4749억원)의 주택을 사들였다. 미성년자 거래건수는 2019년 5건→2020년 43건→2021년 172건→2022년 상반기 8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주택자가 수도권·특별시·광역시 외 지역에서 공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을 추가로 보유한 경우 이를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 대상에서도 빠진다.
또 농어촌주택·고향주택에 대한 양도세 과세특례를 적용하는 주택의 기준가격을 공시가 2억원 이하에서 공시가 3억원 이하로 상향했다. 수도권 또는 조정대상지역을 제외한 지방주택을 3년 이상 보유할 경우 신규 주택을 취득하기 전부터 보유해 왔던 기존 주택을 양도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해 주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저렴한 지방주택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식 다주택자 세금 감면은 결국 지방의 저가주택을 투기세력의 먹잇감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외지인이 들어와 집을 쓸어 담고 집값을 올린 다음 ‘개미털기’에 나서면 결국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은 삶의 터전을 그 지역에 두고 있는 실수요자”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부가 지방주택 1채까지만 세제 혜택을 적용하기 때문에 투기세력들이 부동산 쇼핑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보통은 지방발령·이사용 주택이나 별장으로 사용할 주택, 추억이 남은 고향 집,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하지 않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면서 “투기 목적의 부동산 거래가 확대될 시 정부기관이 면밀히 모니터링해 적절히 대응하는 등 실수요자들의 주거안정을 우선순위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