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이어 중대형 아파트도 월세 부담 더 커져
금리 인상 여파로 임대차시장에서 월세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40·50대가 가구주인 3~4인 가구의 주요 거주층인 중대형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도 최근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통상 이들은 소형 아파트 주거층에 비해 자금 여력이 있고 월세 내지 반전세(보증부월세) 주거 형태가 적은 편인데 최근 몇 년간 급등한 전세금에 고금리까지 겹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 7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서 아파트 규모별 전월세전환율을 살펴보면 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의 전국 평균 전월세전환율은 4.44%, 전용 60㎡ 이하의 전월세전환율은 4.88%로 각각 집계됐다. 둘 사이 격차(0.44%포인트)는 2011년부터 해당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적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금 대비 월세가 높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는 소형 아파트의 전월세전환율이 중대형에 비해 0.8~1%포인트 높은 수준이 유지돼 왔다.
이 같은 현상은 소형과 중대형 아파트의 수요층 차이 때문이다. 소형의 경우 20·30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 모아둔 자금이 적은 1~2인 가구가 주로 거주한다. 때문에 대부분 월세 혹은 반전세 임차 형태를 띠고 이 때문에 전월세전환율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중대형의 경우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자녀가 있는 40·50대가 가구주인 3~4인 가구층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자금 여력이 있어 월세는 거의 끼지 않은 전세 형태가 많다. 때문에 전월세전환율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전용 85㎡ 초과의 전월세전환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4.04%에서 9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 7월 4.4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용 60㎡ 이하 전월세전환율이 4.8%에서 4.88%로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과 전셋값 급등에 따른 여파가 중대형 아파트 수요층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몇 년간 전세금과 월세가 많이 오른 반면 소득은 크게 늘지 않았다. 중대형 아파트 수요층인 중장년층조차도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