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풀렸는데…이 동네는 분양가도 못 지켜 ‘마피’ 줄줄이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광역시 부동산시장이 규제지역 해제에도 하락 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까지 등장했다. 분양가격과 동일하거나 저렴한 매물이 나오면서 실수요자들의 선택지가 확대됐지만, 거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6일 대구 동구 신암동에 들어서는 ‘동대구해모로스퀘어웨스트’ 전용면적 84㎡의 분양권이 4억816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0년 분양가 5억160만원보다 약 2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내년 5월 입주 예정인 달서구 본동 ‘달서코아루더리브’ 전용 84㎡는 마피가 4000만원 안팎으로 확대됐다. 정확한 금액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마피로 내놓을 테니 문의를 요청하는 소유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서구 평리동 ‘서대구역서한이다음퍼스트’ 전용 76㎡도 분양가보다 2000만원 떨어진 3억8800만원에 출회됐다. ‘서대구KTX영무예다음’은 교통의 요충지임에도 내년 3월 입주를 앞두고 전용 84㎡가 4억4800만원에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단지는 마피가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형성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대구를 조정지역대상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다. 수성구 한 곳만 투기과열지구에서 규제 수위를 낮춰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겼다. 대구의 아파트 미분양 아파트가 지난 5월 기준 6816가구에 이르는 등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강도 높은 규제를 적용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를 풀어도 대구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위기 우려, 단기간 과잉 공급, 인플레이션 여파, 집값 고점 인식 등이 맞물려 매수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청약 자격·전매 조건 등 부담이 사라졌지만 분양에 나선 단지들은 줄줄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수성구 범어동 ‘범어자이’는 1순위 및 2순위 청약 접수 결과 대다수 타입이 호응을 얻지 못했다. 욱수동 ‘시지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와 남구 대명동 ‘힐스테이트대명센트럴2차’, 북구 관음동 ‘태왕아너스프리미어’ 등 모두 미달됐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마피라고 명시되지 않은 매물도 사실상 마피 거래가 가능하다”며 “구축이 신축으로 전부 갈아탈 수 있을 만큼 공급 폭탄인 데다가 지방도시라 가격 반등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아실에 따르면 대구지역에서만 2022년 1만9812가구→2023년 3만3752가구→2024년 2만804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2020년 1만3660가구와 2021년 1만6904가구가 공급된 데 이어 역대급 물량이라는 설명이다.

아파트 매매가격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대구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이 지난해 11월 셋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36주째 하락세를 기록 중이라고 발표했다. 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누적 기준 3.73% 내렸다. 세종(-4.90%)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하락률이다.

실제로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수성구 범어동 ‘이편한세상범어’, ‘두산위브더제니스’, ‘범어센트럴푸르지오’, ‘힐스테이트범어’ 등에서 줄줄이 하락거래를 체결하고 있다. 달서구 월성동 ‘월성삼정그린코아에듀파크’는 지난 22일 전용 84㎡이 4억9768만원에 손바뀜됐다. 직거래이지만 직전 최고가(7억9230만원)보다 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월성이편한세상’ 전용 84㎡도 5억원에 팔렸다. 직전 최고가(7억2000만원) 대비 2억2000만원 저렴한 금액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지역 해제에도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있다”며 “대구의 매매수급지수는 전국에서 최저”라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파워가 뛰어나거나 입지가 어지간히 좋지 않으면 매수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획기적인 대출 완화 정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관망세가 압도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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