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평수는 부담되는데…올해 팔린 아파트 절반이 소형
서울 노원구에 사는 30대 남성 이 모씨는 지난해 노원구 비역세권에 위치한 17평(전용 41㎡) 아파트를 5억원대에 구입했다. 이씨는 결혼과 함께 아이가 생겨 서울이 아니더라도 좀 더 넓은 27~28평 이상 아파트를 원했지만 6억원이 넘으면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17평 소형 아파트를 살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양도세 비과세 조건인 실거주 2년을 채우면 다시 한번 큰 평수로 이동할 생각이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큰 금액을 대출받아 집 사기가 어려워지면서 최근 소형 아파트 거래 비중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 5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 거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에서 전용면적 60㎡ 이하 아파트 매매 비율은 52.8%를 기록했다. 전용 60㎡ 이하 아파트 매매 비율은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52.74%(연간 기준)를 기록한 이후 저금리 등으로 아파트 매매 수요가 몰렸던 2018~2020년 40% 정도를 유지하다 정부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올해 들어 14년 만에 처음으로 50%대를 넘어섰다.
특히 정부 대출 규제하에서도 6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 최대 3억6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을 이용해 2030세대가 소형 아파트를 주로 매입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같은 기간 매매된 아파트 15만5987건 중 전용 60㎡ 이하 소형은 8만2384건이었고, 61~85㎡는 6만1121건(39.18%), 86~135㎡는 1만253건(6.57%), 136㎡ 이상은 2229건(1.43%)을 각각 기록했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민간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부활하면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잡으려는 수요로 소형 아파트 인기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리 인상으로 매수 심리가 악화되며 민간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이 3년1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이날 민간 부동산 시세조사 기관인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02% 하락했다. 2019년 6월 10일(-0.01%) 이후 3년1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정부 부동산 공식 통계 기관인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5월 30일(-0.01%) 부터 7월 18일(-0.05%)까지 8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민간 대표 통계 기관인 KB부동산 통계도 마이너스를 기록함에 따라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확연해진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매수 심리를 나타내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100보다 낮으면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는 의미)도 18일 기준 85.7로 전주 대비 0.7포인트 떨어져 11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두 건 거래로 가격 하락이 나와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추석 전후 가을 이사철에 거래량이 살아나며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 대세 하락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