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18년간 9.4억 급등…한 푼 안 쓰고 36년 치 월급 모아야 내 집 장
서울의 아파트값이 지난 18년 동안 평균 10억원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주택자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36년 동안 급여를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2004년 이후 서울 주요 아파트 시세 변동 분석결과’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04년부터 18년 동안 한 채당 9억4000만원 상승했다. 30평형 기준으로 2004년 3억4000만원에 거래됐던 아파트가 2022년 5월 12억8000만원으로 4배 가까이 뛴 것이다.
이 조사는 서울 25개 자치구의 표준지 아파트 또는 1000세대 내외 대단지 아파트 75개 단지 12만4000세대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KB부동산 시세정보를 활용해 3.3㎡당 평균 가격을 시점별로 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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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근로자 평균 급여는 19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2배도 채 오르지 못했다. 단순 계산하면 2004년에는 월급을 18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 두 배인 36년 치 급여를 저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권별 임기 말 기준으로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2008년 1월) 때 5억2500만원으로 올랐고, 이명박 정부(2013년 1월) 때는 4억9100만원으로 낮아졌다. 박근혜 정부(2017년 5월)에서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5억9900만원을 넘어섰고, 문재인 정부(2022년 5월) 때 12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시행된 분양가상한제와 강남·서초구를 중심으로 반값아파트와 토지임대건물분양아파트 등이 공급된 것이 부동산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신도시 조성과 공공재개발 등 공급 확대 정책과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를 골자로 하는 임대차법 개정 등은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강남과 비강남의 격차도 커졌다. 2004년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30평형 평균 아파트값은 각각 6억8000만원과 3억원으로 차이가 3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2년 5월 기준 강남권은 26억1000만원, 비강남권 11억원으로 집계됐다. 차이가 15억1000만원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다만 작년 8월 이후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와 세금 부담이 커지고 고점 인식이 확산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고 있는 분위기다. 전반적인 주택거래도 실종 상태다. 경실련은 이에 그치지 않고 정부가 집값을 최소 5년 전 수준으로 되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정부는 무주택자를 위한 현실적인 부동산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중단하고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 저렴한 공공주택을 건설해야 한다. 분양원가 상세 내역 등 행정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분상제 의무화와 후분양제가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공정과세 및 공시지가 바로 잡기와 전·월세사기 피해 방지를 위한 보험 가입 의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