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저 미분양 3년만에 최고…”집값 떨어질려나”
서울 미분양 주택 수가 한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늘며 3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분양이 많이 발생한 곳은 강북구 수유동과 미아동, 구로구 개봉동 등 외곽 지역이지만, 지방과 수도권에서 주로 발생했던 아파트 미분양이 서울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하락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정부 취임 이후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으로 올랐던 용산과 강남 등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도 상승세를 멈췄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급격하게 줄어든 만큼 부동산 시장 정체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현재 서울 지역 민간 미분양 주택 수는 68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360가구) 대비 91.1% 증가한 수치이며, 2019년 3월(770가구) 이후 3년2개월 만에 최대치다. 서울은 올해 1~2월만 해도 미분양 주택이 50가구 미만에 머물렀지만 3월 100가구를 처음 돌파한 데 이어 4월 360가구, 5월 688가구 등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역별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193가구)와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139가구)에서 미분양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지영 더피알 이사는 “최근 미분양이 많은 아파트는 소단지이면서 입지가 좋지 않고 인기가 낮은 소형 평수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향후 서울 핵심 지역 대단지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는지가 본격적인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 매매 가격이 꺾인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도 커지고 있어 분양 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경기 지역도 5월 민간 미분양 주택(2449가구)이 전월(2146가구)에 비해 14.1% 증가하는 등 수도권 지역에서 미분양 주택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분양 주택 증가와 함께 서울 아파트값도 낙폭을 확대하면서 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3주(20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3% 떨어져 지난주(-0.02%)에 비해 하락폭이 0.01%포인트 확대됐다. 또한 5월 30일 이후 4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 중이며 낙폭으로는 올해 2월 28일(-0.03%) 조사 이후 최대다.
부동산원은 “서울에서는 급격한 금리 인상 부담과 경제위기 우려, 6월 17일 서울시에서 잠실·삼성·청담·대치동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한 영향 등으로 매수세와 거래 활동이 위축됐다”고 밝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매수세가 조금 회복되면서 4월 1751건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5월에 1661건으로 줄었고, 이달에는 375건으로 감소했다. 매매 신고를 거래 후 30일 이내까지 하면 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달 거래량 급감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서울 지역별 아파트값을 보면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 뒤 상승세를 보였던 용산이 이번주 보합(0%)으로 돌아섰다. 3월 28일(0.01%) 이후 12주 연속 지속됐던 상승세가 멈춘 셈이다.
용산구 소재 A공인중개사 대표는 “매수세가 워낙 없어 관망만 하는 상황”이라며 “파는 사람들이 호가를 내려야 하는데 예전 가격만 생각하면서 크게 내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구 역시 보합(0%)으로 3주 연속 보합세를 보였고, 서초구는 지난주와 같은 상승폭(0.02%)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인 노원구(-0.04%→-0.05%), 강서구(-0.02%→-0.04%), 도봉구(-0.02%→-0.04%) 등은 하락폭이 더 커졌다.
노원구 B공인중개사 대표는 “매물은 늘고 있지만 매수하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 자체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노원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중개사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관망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금리 상승이 멈추는 신호가 나오지 않는 이상 당분간 집값은 약보합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