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시장 불안한데…해법 못찾는 정부
오는 7월 31일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2년을 맞아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면 세입자들이 전셋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인 임대차법 존폐 논의가 시작도 안 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8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448건으로 3개월 전(3월 8일) 3만1585건 대비 16.3% 감소했으며 월세 매물 역시 1만9710건에서 1만5723건으로 20.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 물건이 14.8% 늘어난 것과 정반대 움직임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대차법을 시행한 지 2년이 되면서 지난 전세계약 시 전세금을 5% 이내로 인상했던 집들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다. 집주인들은 새로 계약할 때 전셋값을 최대한 올려 받으려 할 것이다. 전세 물건은 없는데 집주인들의 전셋값 상승에 대한 욕구는 어느 때보다 강한,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7월 말 갑자기 전국 전셋값이 폭등하지는 않겠지만 하반기 내내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시장 우려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아직 8월 전·월세 대란이 실제로 나타날지 아닐지 분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6월에 전세 대책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막상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려 해도 임대차법에 가로막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법이 전·월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해 임대차법 존속 내지는 폐지, 혹은 개편 여부가 결정되어야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전 정권이 사실상 폐지한 ‘민간임대사업자제도’의 경우 전세 물건을 확대해 전·월세난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 대책 중 하나다.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대신 일정 기간 정부가 임대료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대차법이 시행되는 상황에서는 이 제도를 되살리기 힘들다. 정부 관계자는 “단기 임대사업자에게 세금 혜택을 줄 경우 임대차법 전월세상한제로 4년간 임대료를 5%밖에 못 올리는 일반 집주인들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며 “곳곳에서 임대차법과 정부가 고민하는 전·월세 대책 간 충돌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여당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낮추고 임대차 3법으로 왜곡된 전·월세시장을 바로잡는 부동산 개혁 입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후반기 국회에서 야당과 임대차3법 존폐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무주택자에 대한 월세 지원을 강화하고 전세대출 금리도 낮춰주는 등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