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축 아파트도 심상치 않은 상승세
올해 아파트 매매시장은 ‘얼어 죽어도 신축’을 고수하는 ‘얼죽신’ 열풍이 뚜렷하지만 최근엔 구축 대표주자인 재건축 아파트 거래도 심상치 않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서울 잠실동·여의도동·목동에서조차 단번에 1억원씩 뛰는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선 재건축 등 도심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이달 정부가 발표한 8·8 대책의 핵심이다 보니 재건축 단지 분위기가 달라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2㎡(36평형)가 이달 8일 31억7500만원에 계약됐다. 전달 최고가(30억4000만원)보다 1억3500만원이 더 뛴 거래다. 다만 해당 거래는 아직 등기 전 상태다. 잠실주공5단지의 최고가 거래는 2021년 11월의 32억8700만원이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최근 매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미 2분기에도 거래가 상당했는데 8월에도 계속 상승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매물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실거주용이 아니면 거래가 불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올 들어 주변의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준구축의 매수세가 활발했으나, 이제는 구축 거래 상승세도 만만찮다. 잠실주공5단지 36평형의 지난 1월 매매가는 28억3600만원으로, 7개월 새 3억4000만원가량 뛰었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도 최근 신고가를 속속 갈아치우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광장·미성·시범아파트 등은 여의도동에 위치한 단지로,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광장아파트 150㎡(50평형)는 이달 6일 29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 5월 말 매매가 26억7000만원 대비 3억원가량이 2개월여 만에 치솟았다.
미성아파트 101㎡는 지난달 12일 23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4월보다 1억4000만원 급등했다. 시범아파트 118㎡는 같은 달 19일 27억원에 손바뀜됐다. 직전 7월 거래보다 1억4000만원 뛰며 신고가에 합류했다.
서울의 대표 학군지인 양천구 목동 재건축 단지도 들썩이고 있다. 목동신시가지2단지 152㎡(55평형)는 지난달 처음으로 30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7월 29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가 1년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현재 목동신시가지는 종상향되면서 집값이 상승세다. 올 초까지만 해도 1~3단지는 신시가지 아파트 중 유일하게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3종인 다른 지역보다 용적률이 낮았다. 지난 3월 종상향 조건이던 ‘민간임대주택 20% 공급’을 개방형 녹지인 ‘목동 그린웨이’ 조성으로 변경하는 안이 통과되면서 해당 지역이 종상향됐다. 지난 6월 목동신시가지 1단지 96㎡(36평형)는 20억6500만원에, 3단지 140㎡(51평형)는 28억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썼다.
정보현 NH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큰 폭의 가격 상승을 이끄는 구축들은 장기적으로 신축 대비 가격 상승 기대감이 더 큰 곳”이라며 “이 지역은 학군도 받쳐주다 보니, 각종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