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200명 울린 ‘수원 전세사기 일가족’…두 번째 재판서 “혐의 대부분 인정”
수도권을 중심으로 800채에 달하는 빌라·오피스텔을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여 전세 사기 행각을 벌인 일가족이 법정에서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11일 수원지법 형사11단독(김수정 판사)은 이날 사기, 감정평가사법위반, 업무상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정모씨(60)씨와 그의 아내 김모씨(54), 아들 정모씨(30)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정씨일가 사건을 수임한 변호인은 “사기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 214명 가운데 약 10명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해 준 것이 있어 이 계약에 한해서는 사기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임대 건물을 감정평가해 사기의 기반을 만든 혐의를 받는 아들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인정했으나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제 존재하는 사례를 토대로 업 감점을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이 일가족과 함께 일했던 직원을 비롯한 2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은 다음 달 15일 오후 2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정씨일가가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 범행을 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임대법인 사장, 아내는 계약 담당, 아들은 감정평가를 맡았다.
정씨 일가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경기도 수원시 일대에서 800가구에 달하는 주택을 갭투자로 취득한 뒤 부동산임대법인과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세워 임차인 214명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225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의 아들은 감정평가사로 아버지와 짜고 임대 건물의 가치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평가했다.
정씨 일가는 대출금이 700억원 이상인 채무 초과 상태인데도 보증금 돌려막기를 통해 임대계약을 이어왔다. 떼먹은 세입자 보증금으로는 상품권을 사들이거나 게임 아이템 13억원어치를 구매하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아직까지 피해자에 대한 변제 계획도 내놓지 못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