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핵용산으로 거듭나나”…고도제한 완화에 재개발 시동거는 ‘이곳’
‘동후암3구역 재개발 동의율 60% 돌파.’
12일 서울 용산구 동후암동 일대에선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2층 높이 상가나 낡은 빌라 외벽에 구역별 재개발 소식이 경쟁적으로 붙어 있었다. 남산과 가까워 그간 개발이 어려웠던 저층 주거지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40대 주민 한 모씨는 “남산 고도제한이 52년 만에 풀리며 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972년 지정된 남산 고도지구 규제가 완화되자 주변 저층 주거지가 재개발 사업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고도지구는 건물 높이의 최고 한도를 정해두는 규제다. 그간 산 근처나 중요한 시설물 주변에 주로 설정돼 왔다. 고층 건물이 자연 풍경과 중요한 시설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관리하겠단 취지였다.
하지만 제도가 오래 운영되며 주민 반발이 나왔다. 새 집을 짓기 어려워 주거 환경이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가령 동후암동 일대는 높이가 20m로 제한돼 7층 높이 건물을 짓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낡은 저층 주택들은 누수와 침수, 주차난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지난해 고도지구 제한을 처음으로 전면 개편하고 나섰다.
올해 1월에는 남산 고도지구에도 ‘경관관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내용의 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문턱을 넘었다. 남산 경관을 너무 가리지 않으면 최고 45m까지 높이를 완화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아파트 1층 높이가 약 3m란 점을 고려하면 15층 안팎의 단지가 탄생할 수 있다.
이후 용산구 동후암1구역은 주민 72%의 동의를 받아 지난달 29일 용산구청에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사업을 신청했다. 동후암3구역도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사업을 신청하기 위해 동의서를 걷고 있다. 동후암3구역 재개발 추진준비위원회는 “현재 동의율 60%를 넘겼다”며 “다음달 중순에 구청에 후보지 신청 접수를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용산공원이 가깝고 삼광초, 용산중, 용산고가 도보권에 있는 게 장점이다.
용산구 이태원동 214-37번지 일대(가칭 이태원1구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보인다. 이곳 재개발 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6층 밖에 못 지었는데, 이젠 경리단길 밑쪽 부분은 15층 안팎으로 지을 수 있다고 들었고 주민들도 많이 좋아한다”며 “물론 남산 소월길과 가까워질수록 건물 높이가 점점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구도 오는 14일까지 남산 주변 고도지구 변경안을 열람 공고한다. 남산 전면부인 회현동·명동·필동·장충동도 역세권 등 조건을 충족하면 45m까지 높이 규제가 풀릴 수 있다. 다만 회현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아직 완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재개발이 추진되는 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과 명동상권이 가까워 상가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정비사업이 추진되지 않는 요인으로 꼽혔다. 그는 “다만 언제든 추진될 수 있어 리스크가 적은 소형 원룸 매물을 찾는 문의가 있긴 하다. 원룸 빌라는 3억원 초중반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