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층 재건축’에 리모델링 찬밥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 정비안이 윤곽을 드러내자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허용 용적률이 750%(최고 75층)까지 가능해지며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더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중 상당수가 재건축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서는 리모델링에도 특례를 적용해 사업 전 가구 수의 최대 21%까지 늘릴 수 있다. 현행 주택법상 리모델링 시 15% 이내에서 가구 수를 늘릴 수 있고, 여기에 특별법에서 140% 특례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만약 1000가구 아파트 단지가 리모델링 특례를 최대로 적용받으면 리모델링 후 1210가구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별법 시행령에서는 재건축과 달리 공공기여 수준을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리모델링도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특별법을 적용해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용적률은 법적 상한의 150%까지 완화된다. 이에 따라 만약 3종 주거지역에 속한 아파트가 종상향으로 준주거지역이 되고, 특별법 인센티브까지 받으면 최대 750%까지 적용받게 된다. 가구 수 증가에 있어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제한이 커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게 유리해 보이는 상황이다.
특별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건축 규제 완화가 적용되는 것과 함께 통합 재건축 시 안전진단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통합 재건축을 하면서 동시에 조례에서 정한 공공기여를 할 경우 안전진단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1기 신도시를 비롯한 노후계획도시는 사실상 안전진단을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이 같은 안전진단 면제를 받지 못한다. 이는 재건축과 리모델링의 안전진단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재건축의 경우 안전진단은 주민 불편과 건축물이 충분히 낡았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실시한다. 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골조를 그대로 남겨둔 채 사업을 실시하기 때문에 충분히 튼튼한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을 통하더라도 리모델링은 안전진단 을 면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미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리모델링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분당 매화마을 1단지는 지난해 리모델링 분담금 확정 총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뒤 사업이 중단됐다. 리모델링은 1기 신도시 중 평균 용적률이 높은 평촌(204%)과 산본(205%)에서 추진하는 단지가 많았지만,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평촌리모델링연합회에서 은하수마을 청구아파트와 샘마을 대우한양 아파트가 탈퇴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적용 지역의 경우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으로 주민들 의견이 수렴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이유는 재건축이 어렵기 때문인데, 용적률 완화와 안전진단 면제 등 특례가 적용되면 재건축으로 의견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들이 향후 리모델링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0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아직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지 않았고, 지하주차장도 만들어진 곳이 많아 사업성을 고려해 리모델링에 관심을 가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