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폐지 이어 취득세 완화 불발에 실수요자 원성 폭발

지난해 1주택자인 김모씨는 자녀 취학 문제로 서울 강남 인근 주택을 1채 더 매수했다. 전세로 들어갈까 했지만 자녀 공부를 위해 안정적 주거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컸다. 때마침 정부가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터라, 취득세 환급을 기대하고 중과된 취득세율(8%)로 취득세를 냈다. 그러나 1년이 다 지나도록 정부가 약속한 ‘취득세 중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씨는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기존 주택은 안팔리고 생활은 팍팍한데, 환급받을 줄 알고 낸 취득세를 돌려받지 못할까 불안하다”며 “정부가 약속한 정책을 이행하지 않으면 앞으로 어느 국민이 정부 발표를 믿겠냐”고 토로했다.

정부가 취득세 중과 완화를 약속했지만 1년 넘게 진척이 없어 주택을 사들인 실수요자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21일 정부는 2주택 이상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조정지역에서 2주택은 8%인데 이를 1~3%로 낮추고, 3주택 이상은 12%를 6%로 낮추는 것이다. 또 비조정지역에서 3주택은 8%를 4%로, 4주택 이상은 12%에서 6%로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발표일부터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행안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수많은 법안 중 하나일 뿐 급박하게 여야가 다루는 법안은 아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다”고 했다.

취득세를 돌려받는다고 믿고 주택을 매수한 이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기존 집이 안팔리는 상태에서 학업, 취업, 결혼 등 사유로 추가로 집을 사야했는데 정부의 환급 발표만 믿었다가 법개정이 불발되면 ‘환급’을 못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가구의 절반이상이 유주택자라 취득세 중과는 실수요자들에게 과하다는 지적으로 개정하겠다더니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1년 넘게 표류하면서 조정지역에서 집 한 채를 더 매수하면 징벌적인 수준의 중과세율을 적용받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집값이 서울을 중심으로 반등하면서 취득세 중과완화는 집값 상승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 완화에 부담을 느끼는 정부 여당 분위기도 있어서 취득세 중과 완화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지방에서 주택을 매수한 3주택자 이모씨는 “(나중에) 환급해 준다고 해서 중과세율로 믿고 냈는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 참담하다. 정부 믿고 매수한 사람들이 바보다. 법안 개정이 불발되면, 이건 정부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장인 박모씨는 “투기를 규제하기 위한 중과세율이 서민 실수요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과하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약속한 만큼 하루빨리 법 개정을 이뤄내야 한다. 정부 발표가 이뤄지지 않게 되면,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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