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품아 대신 ‘체품아’…내년 분양한다는 방배5구역, 무슨 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재건축 사업지인 방배5구역이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포기하는 대신 그 자리에 체육·복지시설을 짓기로 했다.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았던 학교 문제가 정리되며 내년 8월에 예정대로 일반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7일 서울시는 전날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방배5구역에 대한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과 경관심의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대상지는 서초구 방배동 946-8번지 일대다. 재건축을 통해 29개 동, 3065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곳은 2010년 최초로 정비구역에 지정됐고 2013년에는 사업 시행계획을 인가받았다.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은 지난해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명칭은 ‘디에이치 방배’로 정해졌다. 2024년 11월 준공이 목표다. 하지만 착공 후 교육청이 단지 안에 초등학교를 신설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초등학교를 짓기 어렵다는 게 교육청 입장이다.
서울시와 서초구청, 조합은 이에 애초 학교로 계획됐던 용지에 다목적 체육시설과 사회복지시설을 짓기로 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방배5구역은 착공 이후 사업이 지연됐던 곳”이라며 “이번 변경에 따라 사업이 정상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합 측은 “내년 초 관리처분 계획인가에 가벼운 변경 등 남은 절차를 밟은 뒤 내년 8월 정도에는 예정대로 일반 분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애초 학교로 계획됐던 용지가 교육청의 번복으로 변경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이달 들어 제도를 바꾸고 나섰다. 앞서 서울 성동구 응암2구역 재개발,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학교 용지를 놓고 논란이 생긴 바 있다. 2000년대 정비계획이 세워질 때는 교육청이 학교 용지를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는 도리어 학교 설립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낸 것이다.
문제는 도시계획 시설상 학교로 지정된 용지를 바꾸려면 또 다시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는 통상 기부채납으로 조성하는데 이 계획이 변경되면 용적률과 조합원 분담금이 기존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비사업의 9부 능선인 관리처분 계획인가를 마치거나 착공에 들어간 경우 기부채납을 변경하는 데 주민 반발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앞으로는 교육청이 실시하는 중앙투자 심사를 통과해 학교시설 설치가 확정된 경우에만 도시계획 시설상 학교 용지로 지정하기로 했다. 그 전까지는 학교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용지를 ‘공공 공지’로 결정할 계획이다. 공공 공지로 지정하면 학교를 짓지 않더라도 휴게·체육·저류 공간으로 바꿔서 활용하는 게 쉬워진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도 신천초 바로 옆 중학교 예정 용지를 ‘공공 공지’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둔촌주공아파트도 기존 계획 대로 학교를 세울 수 없게 된 만큼 공공 공지로 지정하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갈현1구역 재개발 조합도 학교를 짓기 어려워진 만큼 해당 용지에 아파트를 추가로 세우는 내용의 정비계획 변경안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