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피스 임대료 계속 오르는 이유?…“재택근무 일수 전세계서 가장 낮아”
“내년에도 서울 오피스 임대료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정진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리서치팀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오피스 임차시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꾸준한 임대료 상승이 예상되는 이유로는 총 4가지를 들었다. △견고한 수요 △재택근무 감소 △이전 수요 증가 △신규 공급 부족 등이다.
서울 오피스 시장은 작년부터 계속 연 2%대의 낮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 팀장은 “미국과 유럽의 오피스 공실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과는 대조된다”며 “국내에선 여전히 높은 오피스 수요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빠르게 폐지하거나 축소했기 때문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주당 평균 재택근무 일수는 0.4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전세계 평균인 0.9일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캐나다(1.7일), 영국(1.5일), 미국(1.4일) 등 영미권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일수를 보였고, 싱가포르(0.9일), 중국(0.8일), 일본(0.5일) 등 아시아권 국가들은 짧은 일수를 기록했다.
양질의 오피스로 이전하려는 수요도 증가했다. 정 팀장은 “1인당 사무실 점유면적은 지난 10년 동안 약 10% 증가했다. 직원들의 휴게 공간을 포함한 공용면적 비중도 빠르게 늘었다”며 “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프라임급 오피스로 이전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반면 신규 오피스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 오피스 신규 공급 면적은 작년까지 연평균 약 29만㎡ 수준이었지만 올해 들어 규모가 절반 이상 줄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측은 “원자재 가격 상승, 기능 인력의 고령화, 공사비 인상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당초 예상보다 신규 오피스 공급이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급은 제한되고 있어 임대료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오피스 임차시장과 달리 투자시장은 내년에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올해 1~3분기 오피스 거래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5% 감소한 6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계속되는 고금리 여파로 인해 시장의 유동성이 축소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나마 임대료가 오르며 차라리 사옥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기업들 정도만 오피스 투자에 나서는 상황이다.
정 팀장은 “오피스 투자시장의 회복 시점은 향후 시중 금리의 하락과 더불어 유동성이 증가하는 시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높은 금리 부담으로 인해 일부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은 양질의 자산을 싸게 매입할 기회가 제한적으로 있을 거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