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불패’ 7개월만에 꺾였다…전국 아파트값 19주만에 ‘멈춤’
전국 아파트 값 오름세가 멈춰섰다. 서울도 노원구, 강북구, 구로구를 비롯한 외곽지역에 이어 강남구마저 하락 전환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20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냈다. 지난 7월 셋째 주 0.02% 오르며 상승세를 탄 지 19주 만에 상승세가 멈춰 선 것이다.
서울의 경우 전주 대비 0.01% 상승해 간신히 오름세는 유지했으나 갈수록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 이미 강북구와 노원구 같은 일부 외곽지역은 2주 전부터 하락세로 전환한 데 이어 이번 주엔 전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밀집돼있는 강남구도 상승세를 멈추고 0.02% 떨어지며 하락 전환했다. 지난 4월 마지막 주 반등한 지 7개월여(31주) 만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하락하다 지난 5월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6월 0.17%, 7월 0.27%, 8월 0.48%, 9월 0.5% 등 상승폭을 키웠다.
상승세가 주춤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부터다. 서울보다는 조금 늦은 7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전국 아파트 가격도 10월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이번 주 보합세로 전환했다.
고금리 여파에 더해, 매매가 9억원까지 허용되던 특례보금자리론이 10월부터는 중단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월 들어 매달 3000건 이상 유지하다 10월 들어 2262건(현재 기준)으로 급감했다. 금리도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상단 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7%를 넘어선 바 있다.
강남구의 하락전환은 고금리 요인에 전고점 회복에 따른 가격 피로감,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 등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강남구는 재건축이 진행 중인 압구정동 중심으로 삼성동, 역삼동 등지에서 최근 신고가 거래가 적잖게 발생했다. 압구정동의 경우 신현대11차의 가장 큰 평형인 전용면적 183㎡는 지난달 69억5000만원(12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7월 같은 단지 동일 평형대에서 64억원(9층)에 손바뀜돼 신고가를 기록한 지 두 달 만에 최고 거래가를 갱신한 가격이었다. 재건축과 무관한 삼성동 래미안삼성2차 전용 84㎡도 지난달 24일 24억6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구는 최근 전고점을 거의 다 회복해 가격적 부담이 큰 데다가, 경제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소득자들의 심리에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여기에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삼성·대치·청담동 등 구내 대표적인 아파트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는 점도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향후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커지며 ‘2차 조정기’가 시작된다기보다는 보합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연말까지는 현재와 같이 하락 전환하는 지역들이 늘 수는 있으나, 공급 물량이 워낙 급감하는 만큼 내년엔 강보합 수준 정체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역시 최근 조금더 낮아지는 모양새다.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21일 기준 연 3.86~6.196%로 집계되며 지난 9월 말 이후 약 두 달 만에 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왔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리가 안정세를 찾으면 전반적인 보합세 속에서 지역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다시 소폭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은 매매가격과는 달리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