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아니면 안 살아요”…빌라 전세 뚝 끊기고 경매도 ‘썰렁’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우려에 비아파트 주택 전세 기피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임대 수요가 끊기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취득할 수 있는 경로인 경매 시장에서도 외면을 받고 있다.
20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올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전국 주택 유형별 전세거래 총액을 집계한 결과 아파트 전세거래 총액은 181조5000억원, 비아파트 전세거래 총액은 44조2000억원이었다. 비아파트는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오피스텔을 포함한다.
비중으로 보면 전세거래 총액 중 비아파트 거래액은 19.6%를 차지했다. 이는 역대 최소치다. 2011년 주택 임대실거래가가 공개된 뒤 비아파트 거래액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진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자연스럽게 아파트 전세거래액 비중은 역대 최고치다.
절대적인 금액의 감소폭을 보면 비아파트 전세거래액은 지난해 68조4000억에서 올해 앞서 언급한 기준시점까지 약 35.4% 줄었는데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거래액은 약 16.6% 줄어드는데 그쳤다. 전반적인 부동산 침체를 고려하더라도 비아파트 시장의 수요 감소가 두드러진 것이다.
비아파트 전세기피는 수도권과 지방을 가릴 것 없는 현상이다. 전국 전세거래 총액 중 지방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도권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7.1%로 각각 통계집계 이래 최소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아파트를 소유하려는 수요 역시 줄어들고 있다. 매매시장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취득할 수 있는 경로로 꼽히는 경매시장에서도 비아파트는 찬밥신세다.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낙찰률은 9.6%로 나타났다. 총 187건이 진행됐지만 고작 18건만 낙찰자가 나타났다.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낙찰률이 한자리수로 떨어졌다.
연립·다세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총 1268건의 경매가 진행됐지만 새주인을 찾은 건 135건에 불과했다. 낙찰률은 10.6%다.
비아파트 경매는 실거주수요보단 투자수요가 몰리는 시장이다. 저렴한 가격에 낙찰을 받은 뒤 전세 세입자를 들여 이른바 ‘갭투자’를 하는 방식이다. 특히 빌라의 경우 재개발 호재를 노린 투자가 많다. 그러나 전세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탓에 외면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단기적으로는 전세사기 등으로 임대계약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원인이 되고 있지만 아파트 중심의 공급 정책과 생활환경 및 인프라 조성으로 인해 늘어나고 있는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시장 위축의 장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절반에 육박하는 국민이 비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에 비해 정책과 행정서비스에서는 아파트에 비해 소외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임대차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비아파트 전세시장에서 안전한 거래를 위한 상호간의 신용과 거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와 서비스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7.6%가 비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