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표류에도…분당·일산 주민 ‘재건축’ 속도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돼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해당 신도시 주민들은 법안 통과에 기대감을 보이며 법 통과 이후 준비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통합재건축을 위한 주민 사전 동의를 확보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련한 사전 컨설팅을 받으며 재정비 밑그림을 그리는 단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은 현행 200% 정도인 1기 신도시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끌어올리고 안전진단 기준 등을 완화해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법안으로 올해 2월 정부가 추진하고 나섰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일로 아파트(정자동 임광보성, 금곡동 서광영남·계룡·유천화인·한라)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는 분당 최초로 주민 사전 동의율 75%를 달성했다. 용적률 180~200% 5개 단지 2860가구가 모여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분당 정자동 한솔 1·2·3단지는 오는 18일 주민 동의율 확보를 위한 통합재건축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 주성CMC, 에이치원종합건축사무소, 현대건설, KB부동산 신탁 등이 재건축 절차 등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한솔 1·2·3단지 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기 신도시 특별법 통과 시 용적률 혜택과 안전진단 면제 등을 받을 수 있다”며 “특별법 통과 이후 재건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주민들 단합이 필요해 설명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부 단지 주민들이 사전동의율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선도지구’ 지정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선도지구는 1기 신도시 재정비의 모범사례가 될 지역으로 선정 시 예산과 행정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앞서 국토부는 선도지구 지정과 관련해 “주민 참여, 시급성, 주변 지역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시장·군수가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 참여’가 선도지구 지정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며 사전 동의율 확보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는 재건축을 위한 사전 컨설팅도 진행되고 있다. 후곡마을 3·4·10·15단지, 강촌마을 1·2단지와 백마마을 1·2단지, 백송마을 5단지 등이 사전 컨설팅 대상 단지로 선정돼 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단지에 전문가가 파견돼 단지별 특성을 조사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재건축사업 유형별 특별법 적용 방안을 모색한다. 사전 컨설팅 대상 단지는 선도지구로 지정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에 공모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다만 1기 신도시 특별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지 않으면 그 같은 사전 동의나 컨설팅은 모두 물거품이 되는 만큼 법안 좌초를 우려하는 주민들도 상당히 많다. 분당구의 한 재건축 추진단지 관계자는 “정부의 1기 신도시 특별법 발표가 있었을 땐 기대감이 컸지만 법 통과가 요원해지며 최근에는 관망세를 보이는 주민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는 안전진단과 용적률 특혜 논란, 인구 증가에 따른 교통 대책 필요성, 이주 대책 문제 등이 지적되며 법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 법안소위가 올해 세 차례만 계획돼 있어 법안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논의가 시급한 분양가상한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분담금 완화를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등의 심사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어서 1기 신도시 특별법 통과가 난항을 빚을 전망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후 신도시 재정비를 위해서는 특별법이 필요해 연내 통과를 목표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박정한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을 만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원 장관은 “특별법은 1기 신도시뿐 아니라 수도권·지방을 모두 아우르는 전국 노후 계획도시의 도시 기능 향상과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법”이라며 “특별법 없이는 계획도시 특성을 고려한 질서 있고 체계적인 정비가 불가능한 만큼 국가적인 차원에서 특별법 통과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