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재건축 2라운드 … 주공5·장미 ‘투톱’ 주목하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개포동과 함께 강남 재건축의 표본으로 꼽히는 잠실동 일대 재건축이 2라운드를 맞고 있다. ‘엘리트레파'(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파크리오)로 대표되는 잠실 저층 재건축이 마무리 된 지 10여 년 만에 중층 단지들도 재건축 본궤도에 올랐다.
특히 서울지하철 2·8호선 잠실역 양옆으로 자리한 대단지인 잠실주공5단지와 잠실 장미1·2·3차 재건축에 관심이 모인다. 주공5단지는 최고 70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장미1·2·3차는 서울시가 용도지역 상향 가능성을 열어놨기 때문이다. 물론 주민 갈등 등 변수가 아직도 많다는 점은 수요자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먼저 주공5단지는 ‘송파구 재건축’ 하면 떠오르는 단지다. 주공 5개 단지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클 뿐만 아니라 평균 용적률도 138%에 불과해 사업성이 좋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주공5단지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하고 추가로 확보해 일반분양할 수 있는 가구가 2000여 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1996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왔지만 27년가량 우여곡절이 계속되며 사업이 아직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난 9월 최고 70층, 6303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2월 서울시로부터 최고 높이를 50층으로 하는 정비계획안을 승인받았으나 서울시가 올해 초에 층수 제한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2040 서울플랜’을 발표하며 기존 계획안을 변경하기로 했다. 빠른 계획 변경을 위해 신속통합기획 자문 방식에 참여한 상태다.
자문위에서 다뤄진 변경안에 따르면 주공5단지는 잠실역 인근에 최고 70층 높이 랜드마크 주동을 배치할 방침이다. 이 땅이 준주거지역이라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대로 재건축이 이뤄진다면 송파구 최고층 아파트 단지로 자리 잡게 된다.
단지 내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된 곳에는 20층부터 49층까지 다양한 주동을 배치한다. 층수를 높이는 대신 아파트 주동 개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해 동 간격을 넓혔다. 주공5단지 조합은 4000가구 이상이 한강을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지 가운데에는 초대형 공원도 조성한다. 일부 동은 스카이브리지로 연결할 계획이다.
예전 정비계획에서 문제가 됐던 신천초등학교 용지 이전 내용도 이번 계획에선 빠졌다. 지금 위치에 그대로 두는 것이 랜드마크 주동의 한강 조망권을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서울시가 학교 용지로 인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점도 호재다. 학교를 짓는 게 확정될 때만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조합은 서울시 1차 자문 결과를 토대로 계획안을 다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현재 재건축 형태를 반대하는 비대위 연합과의 갈등이 가장 큰 변수다. 주공5단지 재건축 비상대책위원회는 올 9월 송파구에 신통기획 자문 방식 철회 동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최근 급격하게 오르는 공사비 때문에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이 벌어질 위험도 있다.
장미1·2·3차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 아파트는 입지나 규모가 주공5단지와 거의 비슷해 잠실 일대 재건축 ‘투톱’으로 꼽힌다. 홈플러스가 단지 앞에 있고, 서울아산병원과 가까운 점은 주공5단지보다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아파트는 2019년 50층 규모로 재건축을 추진했다가 무산됐다. 주공5단지와 달리 ‘광역중심지’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잠실 아파트 지구단위계획에 ‘앞으로 별도의 세부개발계획 수립 시 용도지역 변경 검토’라는 문구가 포함돼 기대감이 생겼다. 장미아파트 주민들은 주공5단지처럼 잠실역 인근은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서울시는 종상향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신통기획에서 유연한 계획을 세우는 게 가능하도록 열어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신통기획에 참여한 역세권이나 한강변 단지는 용도와 용적률이 유연하게 적용된 바 있어 장미1·2·3차 기획안에도 반영될지 관심이 모인다. 기획안은 연내 발표될 예정이다.
물론 이 아파트도 주공5단지와 마찬가지로 주민 갈등이 변수다. 특히 상가와 아파트 구성원들이 사업 방식을 두고 갈등이 심해 향후 추이는 꼭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다.
잠실동 일대에는 이 두 아파트 외에도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가 상당히 많다.
우선 신천동 미성·크로바는 롯데건설, 진주아파트는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아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둘 다 한강변은 아니지만 대규모 단지라는 점과 지하철 잠실역·잠실나루역 등이 가깝다는 점에서 입지가 상당히 비슷하다. 게다가 진주아파트는 단지 건너편에 올림픽공원이 있어 일부 가구는 공원 조망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두 단지만 새로 지어도 일대에 새 아파트 약 4600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미성·크로바를 재건축하는 ‘잠실르엘’은 최고 35층, 13개동, 1910가구 중 24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온다. 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는 최고 35층, 23개동, 2678가구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고 이 중 578가구는 일반분양 물량으로 잡혀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두 아파트가 일반분양 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일정이 사실상 내년 이후로 밀린 상태다.
잠실우성4차 아파트도 지난 9월 재건축 7부 능선으로 꼽히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1983년 지어져 40년 동안 자리한 우성4차는 현재 7개동 555가구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통과된 사업시행계획안에 따르면 우성4차는 향후 9개동, 825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지상 최고 층수는 32층으로 설계됐다. 이 단지는 탄천, 잠실유수지 공원과 인접한 게 특징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지은 이른바 ‘올림픽 3대장(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훼밀리타운·아시아선수촌)’ 아파트들도 지난 6월 안전진단 문턱을 모두 넘었다. 재건축을 확정 지으며 향후 절차를 본격 추진하게 됐다. 이들 3개 단지 가구 수는 총 1만1390가구에 달한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이웃 단지인 잠실우성1·2·3차는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와 우성1·2·3차 아파트의 입지는 잠실역 인근 주공5단지와 장미1·2·3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하철 2·9호선 환승역인 종합운동장역을 걸어서 갈 수 있고, 탄천을 건너면 바로 삼성역이다. 잠실역 인근 업무지구와도 지하철로 두 정거장이다.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이전 및 신축과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의 직접적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입지로 평가받는다. 물론 이들 아파트가 중대형 평수 중심인 데다 워낙 관리가 잘돼 온 아파트라 재건축 진행이 느려질 수 있다는 사실은 변수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근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형 평형은 이미 내부를 리모델링해 잘 꾸며놓고 사는 분들이 많아 재건축 사업이 단기간에 본격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아파트가 낡았다는 이유로 입지에 비해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