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백자, 강남에 山…서울 얼굴 확 바뀐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옛 르메르디앙 호텔이 있던 땅에 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디자인을 맡은 혁신 디자인 건축물이 들어서게 됐다. 1995년 리츠칼튼 호텔로 문을 연 뒤 2017년 르메르디앙 호텔로 바뀐 이곳은 25년 넘게 서울 강남권을 대표하는 ‘특급 호텔 용지’로 꼽혔다.
코로나19 장기화로 2021년 8월 르메르디앙 호텔이 폐업한 뒤 이 일대를 새롭게 개발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독일 베를린 올림픽수영장, 이화여대 ECC 등을 설계한 페로가 설계를 맡으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서울시는 22일 르메르디앙 호텔 용지에 들어설 ‘강남구 역삼동 복합개발사업'(가칭)을 비롯해 18곳을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했다. 18곳 가운데 10곳은 ‘선정’이고, 나머지 8곳은 ‘보완이 필요한 선정’으로 결정됐다.
서울시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 건축물을 확대하는 ‘서울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달 19일까지 민간 공모를 진행해 제안서 25건을 접수했다. 제안 용도는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문화·집회시설, 숙박시설, 공동주택 등으로 다양하다.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역삼동 복합개발사업은 서울 내사산과 외사산(서울 도심·외곽을 둘러싼 산)을 형상화했다. 총면적은 13만3165㎡로 인근 강남 교보타워(9만2717㎡) 대비 1.4배 규모다.
선유도원(영등포구 양평동4가), 테라리움 청담(강남구 청담동), 도화서길 업무시설(종로구 수송동), 삼성동 북마크(강남구 삼성동) 등도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그동안 도시계획을 발표하면서 창의·혁신적 디자인을 강조해왔다. 천편일률적인 스카이라인과 건축물 외관에서 탈피하기 위해 독창성과 다양성을 살린 디자인에 인허가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
과거 청담동 프리마호텔 용지에 들어서는 ‘테라리움 청담’은 건물 중간 층에 마련하는 ‘스카이 가든’ 등 독창적인 디자인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동설계를 맡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사업 용지 그라운드 레벨에 큰 규모의 실내 정원을 만들 계획”이라며 “시민 휴식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청담동 효성빌라 2단지 용지에 들어서는 주거시설은 저층부에 피라미드형 정원을 만드는 점이 눈에 띈다. 설계를 맡은 더씨앤에이치 관계자는 “피라미드 형태로 짓고 그 사이에 정원을 만들면 저층부 입주민에게는 조망권이 추가되고 일대에 쾌적한 거리가 들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사(종로구)와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에 위치한 도화서길 업무시설은 백자의 은은한 질감을 떠오르게 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여기에 주변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한 외부 디자인과 상부의 ‘스카이 갤러리’에 대한 공공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선유도원은 ‘트위스트 형태’ 외관과 이를 관통하는 수직적 자연 요소(그린테라스), 열린 저층부 공간 등 디자인 요소가 인정됐다. 이 밖에 강남구 역삼동 복합개발사업, 종로구 관철동 복합업무시설, 성동구 성수동2가 복합문화시설, 송파구 문정동 공공주택, 강남구 논현동 오피스시설, 강남구 역삼동 업무시설이 후보지로 뽑혔다.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 용적률 완화, 건폐율 배제, 신속행정 지원, 사업 추진 자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는다. 서울시는 민간 분야를 대상으로 추가 공모 또는 수시 접수를 진행하고, 사업 대상을 정비사업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민간 부문에서 최초로 시행하는 디자인 혁신 시범사업이 건축가의 위상 제고와 서울의 얼굴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