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보증금 안주고 잠수?…이젠 임차권등기로 애먹을 일 없어요

다음 달부터 임대인에게 임차권등기명령이 송달되지 않아도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를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역전세난과 전세사기로 인한 임대차보증금 미반환 피해가 확산하면서 시행 일정이 앞당겨졌다.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넘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당초 오는 10월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지난 15일 시행일을 정정해 재발의되면서 오는 7월19일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3개월 빨라졌다.

임차권등기란 전·월세계약이 종료된 시점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미반환된 보증금 채권이 있음을 등기에 표시하는 제도다. 임차권등기를 마친 세입자들은 주택을 점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보증금에 대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은 세입자가 법원에서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았더라도, 집주인이 의도적으로 송달을 회피하거나 집주인 주소 불명 등 사유로 송달되지 않으면 임차권등기를 완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세입자들은 이사하지 못한 채 계약이 만료된 주택에서 머물러야 했다.

이에 세입자의 재산권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호하고자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이 떨어지기만 하면 임차권등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임차권등기를 마친 세입자는 보증금을 수령하기 전까지 해당 주택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 세입자가 집을 비워 줘 명도 의무를 지켰다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의 손실을 계산해 지연이자를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임차권등기는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있는 세입자가 임대인을 압박하거나, 이사 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라며 “계약 전 반드시 등기부를 통해 근저당과 선 순위 세입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보증금이나 월세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계약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를 돕기 위해 전세피해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전국적으로 임대차보증금 편취 피해 사례가 쏟아져나오면서 올해 집합건물에 대한 임차권등기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집합건물에 대한 임차권등기신청은 총 1만525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0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1만3358건) 1년 치 누적분을 단 5개월 만에 뛰어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798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경기 4337건, 인천 3445건, 부산 838건, 대구 274건, 충남 221건 등 순이었다. 자치구별로는 서울 강서구가 1269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뒤이어 경기 부천시 1047건, 인천 미추홀구 861건, 인천 부평구 792건, 인천 서구 715건, 인천 남동구 596건 순으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초 임대차계약을 맺었을 때와 비교해 주택매매가격지수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매맷값에 연동되는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전세사기뿐만 아니라 역전세도 늘고 있기에 세입자들이 임차권등기를 적극 신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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