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평 창고로 입주권 받기”…재건축단지 ‘상가 쪼개기’ 방지법 잇단 발의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어나자 아파트 입주권을 획득하기 위해 상가의 지분을 분할하는 꼼수가 성행하고 있다.
상가 소유주들이 법에서 정한 동별 동의요건을 악용해 동의서를 제출하는 대가로 분양권 등 특정 사안을 요구하면서 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는 현장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같은 재건축 단지의 상가 지분을 잘게 나누는 상가 ‘지분 쪼개기’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지난 22일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때 상가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주택·토지의 지분 쪼개기를 규제하고 있지만, 상가 분할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런 허점은 최근 안전진단 등 규제 완화로 재건축 사업이 속속 재개된 서울 강남, 부산의 초기 재건축단지를 파고들었다. 특히 조합 설립 전 상가를 쪼개 파는 꼼수가 횡행하고 있다.
부산 대우마리나 아파트의 경우 작년 8월 한 법인이 해당 단지 지하상가 전용 1044㎡ 1개 호실을 매입했다. 이후 법인은 매입한 1개 호실을 전용 9.02㎡ 123개 호실로 분할해 매각하면서 상가 지분쪼개기 논란이 일었다. 법인은 2억2500만원으로 상가 1실을 사면 30평대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신반포4차 재건축사업에서도 지분쪼개기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조합은 2019년 단지 내 수영장 부지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구역 내 일반건축물의 구분소유권(집합건축물)으로 전환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정관을 신설했다.
이에 수영장 지분소유자 125명이 아파트 분양권을 받게 되자 조합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상가조합원의 아파트 입주권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신반포2차에서도 상가 지분쪼개기가 포착됐다. ‘상가 추산비율 무효소송’ 준비하는 모임인 ‘신반포2차 TF’ 관계자는 “애초 77개였던 상가가 111개까지 늘어난 ‘상가 쪼개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 역시 2021년 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상가 지분쪼개기를 통해 토지등소유자가 20여명 늘어 잡음이 일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권리산정 기준일 대상에 ‘집합건물 전유부분의 분할로 토지 등 소유자 수가 증가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즉 권리산정일 이후 지분 쪼개기로 상가를 산 사람에게는 아파트 입주권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토지 분할이 완료되기 전이어도 해당 토지·건축물 소유자가 전체의 10분의 1 이하라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조합설립인가와 사업시행인가를 내줄 수 있다는 재건축 특례 조항이 있다.
개정안은 여기에서도 권리산정일 이후 상가 쪼개기로 늘어난 소유자를 제외한 토지 등 소유자가 10분의 1 이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뒀다.
최 의원 발의한 개정안은 국토교통부와도 논의를 거쳤다.
상가 쪼개기로 투기 수요가 유입되면 주택·상가 소유주 간 분쟁 가능성이 커진다. 분쟁과 동의율 확보 난항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면 사업성이 낮아지고,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일부 단지에선 상가 조합원이 재건축 사업에 딴지를 걸며 산정 비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예컨대 산정 비율이 0.5라면 새 상가 분양가에서 종전 상가 재산가액을 뺀 값이 재건축으로 공급되는 가장 저렴한 가구 분양가의 50%일 때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산정 비율이 낮을수록 입주권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데, 버티는 상가 소유주의 재건축 동의를 얻기 위해 산정 비율을 낮춰주기도 한다.
앞서 김병욱 의원(민주당)도 지난 20일 상가 지분쪼개기 방지를 위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의 개정안에는 권리산정일을 현행 ‘기본계획 수립 후’에서 ‘주민공람 공고일 후’로 3개월 이상 앞당기는 내용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