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 대변신…용적률 1000% 허용, IT메카 만든다
1985년 조성된 서울 용산전자상가 일대가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메타버스 산업의 거점 공간으로 재개발 된다. 이른바 ‘용산 메타밸리(Meta-Valley)’ 구상이다.
서울시는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재개발 과정에서 건축 용적률 1000% 이상도 허용할 방침이다. 바로 옆 용산정비창에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해 개발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15일 서울시는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해 미래 서울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신산업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용산전자상가는 1985년 전기·전자 업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1990년대 컴퓨터 보급이 늘며 호황기를 맞았지만 2000년대 들어 모바일 기기와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며 상권이 점차 쇠락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시설도 노후화돼 빈 가게가 많아진 상황이다. 나진상가의 경우 평균 공실률이 2017년 23%에서 2021년 58%로 높아진 바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작년부터 용산정비창 부지와 전자상가 일대를 연계해 개발하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고 이날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내놨다.
서울시는 앞으로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용산 메타밸리로 육성한다. 미래 산업 구조가 AI와 가상현실(VR), 확장현실(XR)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 위주로 변화하는 상황에 발맞추겠다는 취지다. 전자·컴퓨터·통신 산업의 기반이 있는 용산전자상가가 신산업을 육성하기에는 최적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에 재개발 과정에서 신축되는 건물 공간의 30% 이상을 신산업 용도로 쓰도록 의무화했다. 구체적인 신산업 종류는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음향 △통신장비 제조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정보통신 방송·서비스업 △소프트웨어 및 디지털콘텐츠업 등이다. 만약 건물 면적이 1000㎡라면 이 중 300㎡ 이상은 반드시 나열된 업종과 관련된 시설로 써야 한단 것이다.
의무기준 30%보다 더 많은 신산업 시설을 조성하면 추가적인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여기에 혁신적인 디자인이나 친환경 자재까지 사용하면 용적률 1000% 이상도 받을 수 있다. 청파로 인근 건축물 높이는 100~120m로 관리하되 개방형 녹지를 확보하면 기준 높이도 유연하게 완화해 줄 방침이다.
공간의 용도를 신산업 위주로 제한한 만큼 공공기여도 줄여준다. 현재 용산전자상가는 ‘유통업무시설’이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있다. 도시계획시설은 공공성을 띄는 경우가 많아 현행법상 이 기능을 폐지할 때는 토지면적의 20~30%를 공공기여로 내도록 하고 있다.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돼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대신 도로나 공원 등을 국가에 내야 하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시설에서 폐지되면 주거·업무·상업시설 등 민간이 원하는대로 쓸 수 있는데 전자상가 일대는 ‘신산업’을 30% 이상 도입하게 제한을 한 상황”이라며 “제약을 걸었기 때문에 도시계획시설 폐지에 따른 공공기여를 줄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에 용산전자상가 일대를 개발할 때 평균 공공기여율이 당초 27%에서 18%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공공기여는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받는다. 그간 이용이 저조했던 유수지 상부를 공원으로 만들 예정이다. 건물 저층부에 녹지 공간을 만드는 만큼 용적률 인센티브를 줄 계획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용산전자상가 일대와 국제업무지구, 용산역을 녹지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용산전자상가 일대에 있는 건물을 입체적 보행통로로 연결한다. 현재 이곳에는 전자랜드, 나진상가, 선인상가, 원효상가 등이 자리한다. 나아가 국제업무지구와 용산역까지 보행 통로를 만들어 지역의 연계성을 더욱 강화시킬 계획이다.
주거 시설도 공급한다. 전자상가 일대를 직장과 주거가 섞여있는 미래형 도심 주거지역으로 조성하겠단 의미다. 서울시는 “용적률의 절반에 달하는 공간에 주거용 건축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조성되는 주택의 일부는 ‘창업지원주택’으로 특별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연계 전략에 맞는 주민 제안이 있을 경우 용산 지구단위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용산 지구단위계획을 재정비하는 게 목표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과거 전기·전자 중심의 용산전자상가가 쇠퇴하며 주변 지역도 침체됐다”며 “하지만 이곳은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정비창 개발계획, 용산공원 개방 등 여건 변화로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I·ICT 기반의 신산업의 거점지역으로 용산전자상가 일대가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제고하는 미래 혁신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