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아파트 지금 살게요”…절반 이상 2030, 올들어 탄력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던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가 정부의 대출, 세금 규제 완화 기조에 힘입어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이 완료된 집합건물 가운데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총 6만811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생애 첫 매수자(6만1636명)보다 10.5%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올해 들어 생애 첫 매수자는 1월 1만7269명에서 2월 2만720명, 3월 3만126명, 4월 3만713명, 5월 2만9089명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지역과 주택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했다. 대출한도 역시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했다.
여기에 생애 첫 주택 구매자가 12억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 취득세 면제 기준을 소득 기준을 따지지 않고 200만원 한도로 늘린 것도 적잖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점은 올해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의 절반 이상을 20~30대가 차지했다는 점이다. 1분기 생애 첫 매수자 중 20~30대는 3만6228명으로 53.2%를 차지했다. 이어 40~50대가 2만7014명으로 39.7%를 차지했고, 60세 이상이 4800명으로 7%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가 2만352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천 5635명, 서울 5172명, 부산 4966명, 충남 4698명, 대구 3326명, 경남 3209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2030세대의 ‘영끌(연혼까지 끌어 대출)’이 고개를 들면서 전(全) 금융권 가계대출도 2개월 연속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5월 중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2조8000억원 증가했다. 두달째 증가세이자 증가폭은 전월(2000억원)의 14배에 달했다. 주택담보대출이 3조6000억원 불어났다. 주담대 증가폭은 석달째 늘어나 전월의 2배까지 급증했다. 기타대출 8000억이 줄었지만, 감소폭은 두달째 줄어 전월 절반으로 급감했다.
은행권이 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5월중 4조2000억원 증가해 두달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증가폭도 전월(2조4000억원)보다 75% 커졌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10월(5조2000억원) 이후 1년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라 했다. 주담대가 4조3000억원 늘어나 증가폭이 전월(2조8000억원)보다 54% 늘었다. 주담대 증가폭 역시 지난 2021년 10월(4조7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대출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는 주택거래량이 회복되고 있어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은 3187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559건으로 바닥을 찍은 후 매월 상승해 3000건을 돌파한 것이다.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지난해 4월 1741건에 비해 두배 정도 늘었다. 5월 거래량도 2498을 기록 중이다.
계약일 기준으로 신고 기간(30일 이내)이 남아있어 5월 거래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주택업계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아파트 매입 재증가 원인으로 정부가 올해 1월 도입한 특례보금자리론를 꼽는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소득에 상관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금리로 빌릴 수 있다.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최근 들어 금리도 내리자 중저가 주택 위주로 2030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중은행 주담대 평균 금리는 8개월 만에 연 4%대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수요 증가에 따른 대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서울 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회복되면서 부채축소는 지연될 것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