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버스 비용까지 내라는 교육청…아파트 짓는데 이런 갑질
지난 2021년 경기도 이천시 백사지구에 2000가구 규모 ‘이천 신안실크밸리’사업을 시행하던 신안건설산업은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전 교육청으로부터 230억원이 넘는 기부채납을 요구받았다. 학교용지법에 따라 27억원 수준(분양가격의 0.8%)의 학교용지부담금만을 예상했으나, 이보다 9배 가까운 금액을 기부채납으로 지불하게 된 것이다. 교육청은 협의 과정에서 사업지와 2km 정도 떨어진 기존 초·중학교의 중개축 비용에 더해 사업 완료시 운영될 학생용 스쿨버스 비용도 신안건설산업측에 요구했다. 업체 관계자는 “수용하지 않으면 수년간 준비해온 개발사업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기부채납으로 학교용지부담금 이상을 요구하는 일은 다반사지만 이정도 금액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충남 내포신도시 한 블록에 1400세대 규모 아파트 분양사업을 완료한 또 다른 건설사는 신축학교 설계도서 비용 명목으로 9억원을 지불했다. 내포신도시는 공공택지라 택지개발사업자인 공공(한국토지주택공사·LH)이 부담금을 낸다. 이에 사업자측은 학교용지부담금에 대한 납부의무가 없음에도 교육청의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로 비용을 댄 것이다.
주택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이같은 법정 수준을 초과하는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가 빈번해지자 건설업계는 적정수준의 기부채납을 정부에 호소하고 나섰다.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는 주택사업 인허가 과정에 있어 교육청 협의와 관련한 이같은 애로사항을 개선해달라고 최근 교육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건의했다고 11일 밝혔다. 주건협 관계자는 “지자체의 인허가 절차보다 교육청 관련 협의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이 주택사업을 추진하는데 오히려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택사업자는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전 교육청과 협의를 해야 한다. 신축 아파트로 인한 학생수 증가, 학교환경과 학생안전 등 교육환경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심의받기 위해서다. 심의권한은 시도교육청에 있다.
학생 수 증가에 따른 학교시설 설치 의무자 역시 교육청이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주택사업자에게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법적으로도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사업의 경우 분양가격의 0.8%에 해당하는 금액을 학교용지부담금으로 내도록 돼있긴 하다.
문제는 위 사례들과 같이 법정 부담금보다 훨씬 큰 규모를 교육청이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건협 관계자는 “기존학교를 증·개축할 경우 교실 증축 외 대규모 부대시설, 혹은 부대시설 설치를 위한 추가 토지매입 등으로 인해 기부채납 비용이 전체 사업부지 매입금액을 초과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1만3000평 부지의 이천 신안실크밸리 사업을 위해 신안건설사업이 기부채납에 들인 비용(230억원)은 해당 부지를 3만평 매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지연시 금융비용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기부채납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며 “공사기간 중 또는 준공 이후에도 기부채납 적정성에 대한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건협은 “과도한 기부채납은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추가비용 확보를 위한 원가절감으로 부실시공마저 발생할 우려를 키운다”며 “과도한 기부채납에 대한 시급한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주건협은 교육청의 과도한 기부채납 외에도 △신설학교 탄력적 설립 △학교용지 의무확보 대상 세대수 완화 △학교용지부담금 부과요율 인하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