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가 연소득 3배”…‘빚투 영끌’ 청춘의 서글픈 자화상
청년세대 4~5명 가운데 1명은 연소득 3배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유동성 증가로 인한 부동산 담보가치 상승기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주식·가상화폐(코인) 투자 열풍으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섰던 청년세대가 시장 침체 이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39세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2021년 기준 8455만원으로, 이는 10년 전인 2012년(3405만원) 대비 약 2.5배 늘어난 금액이다.
부채는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금융부채로, 평균값은 부채가 없는 청년을 포함해 계산됐다. 특히 ‘부채가 있는’ 청년만을 대상으로 하면 평균 부채액은 1억1511만 원으로 늘어난다. 2012년 부채가 있는 청년들의 평균 부채액은 5008만원이었다.
부채의 위험 수준을 살펴보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를 따져봤더니, 청년 가구주 가구 중 300%가 넘는 경우가 21.75%나 됐다. 약 4~5명 중 1명이 이같은 부채를 지고 있다는 의미다. 2012년 8.37%였던 것을 고려하면 10년 사이 2.6배 급증한 셈이다.
DTI가 300% 이상인 경우는 부부가구와 자녀가구에서 1인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많았고 증가 속도도 가팔랐다. 소득 저분위(저소득자)일수록,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컸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30% 이상인 청년 가구의 비율은 2021년 25.78%로 2012년 15.74%보다 약 10%포인트 올랐다.
청년들의 빚이 늘어난 것은 집값 급등과 이로 인한 주택 마련의 어려움 심화, 부동산 투자 열풍 등의 상황과 관련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평균 부채액 8455만원 중 79%인 6649만원은 금융기관 담보대출이었다. 또 금융기관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 포함)은 1342만원이었다. 10년 사이 금융기관 담보대출이 2.6배, 금융기관 신용대출이 2.0배로 늘었다.
용도별로는 주거마련을 위한 부채가 69%인 5820만원이었고 사업·투자 용도가 1398만원이었다. 10년 사이 주거마련 용도가 2.9배, 사업·투자 용도가 1.6배 상승했다.
보고서는 “주거 마련을 위한 부채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지만, 주거 목적이 아닌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투자를 위한 부채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났다”면서 “영끌과 빚투로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구매한 이들은 향후 자산 감소, 부채 증가 등으로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다만, 부채가 경제적 어려움을 의미할 수 있지만, 개인의 왕성한 경제적 활동을 바탕으로 한 것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소득이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청년기에 차입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청년들의 부채 부담 감소 대책으로 ▲청년 대상 재무건강 바우처사업 실시 ▲청년 자산형성 관련 사례관리 강화 ▲부채 발생 위험 예방과 금융 이해력 향상 위한 학교 금융교육 정규 교과 편성 ▲부채로 어려움 겪는 청년 대상 자립 지원 프로그램 제공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