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정보 알려주세요”…세입자 요구 이것 때문에 막힌다는데
전세 계약 체결 시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의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신설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공인중개사가 정보를 제공받을 때 ‘집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개최된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는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전체회의로 넘기지 않고 소위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개정안은 전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발의됐다.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 세입자가 파악할 수 있는 집주인 정보가 제한돼 전세 사기 피해가 커진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이달 초 발표한 전세사기 예방 대책에서 공인중개사가 집주인의 세금 및 이자 체납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모두 공인중개사에게 집주인에 대한 정보 확인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보를 제공받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허 의원 안은 계약 대상 주택에 대한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보증금 현황 등을 공인중개사가 요구하면 집주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는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반면 서 의원 안은 ‘임대인의 동의’를 전제로 임대차 관련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조항을 신설했다.
국회 소위원회에서는 찬반 의견이 강하게 맞붙었다. 허 의원은 “임차인이 (정보를) 요구할 때 임대인이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했다면 전세 사기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보 제공 의무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확정일자, 차임, 보증금 등의 정보는 부동산 거래 계약의 본질”이라며 “기본적 정보 제공을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주지 않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소관 부처인 국토부와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정보 제공에 있어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소위원회에 참석한 이원재 국토부 1차관은 “공인중개사는 제3자로 관련 정보를 기관에서 대행해 받는 것인데, 집주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병철 국회 수석전문위원도 “개인정보를 제공하는데 당사자가 아닌 공인중개사에게 주는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법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공인중개사들도 집주인 동의 없이 정보를 열람할 권리가 생기는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 협회장은 “집주인 입장에서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가 볼 수 있도록 하는건 과도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중개사들에게도 전세 계약과 관련한 책임이 강화된 만큼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을 진행하지 않는 등 방식으로 전세 사기를 막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소위는 공인중개사에게 임대차 계약과 관련해 임차인에게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재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