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바람 여기까지 불었네…7천가구 대단지 “통과”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훈풍’이 인천에도 불고 있다. ‘인천 최대어’로 꼽히는 만수주공아파트 1~6단지(남동구) 재건축 사업이 예비안전진단 문턱을 넘으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만수주공 1~6단지는 최근 진행된 예비안전진단에서 구조안전성·건축마감 및 설비 노후도·주거환경 모든 분야에서 D등급을 받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됐다. 1986~1987년 준공된 이 단지는 현재 6개 단지·약 7000가구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공공기관 적정성 검토) 순서로 진행된다. 이 가운데 첫 관문인 예비안전진단은 D등급부터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
정부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허들을 대폭 낮췄다. 만수주공 1~6단지 역시 이같은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볼 전망이다.
만수주공 1~6단지는 2021년 예비안전진단에서 한 차례 탈락한 바 있다. 1개 단지가 예비안전진단 통과를 위한 등급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 대책을 통해 노후아파트들의 재건축 안전진단 탈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구조 안전성 부문 비율을 50%에서 30%로 낮췄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만수주공이 재도전 끝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은 이같은 규제 완화 효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최후의 관문’으로 꼽혔던 2차 정밀안전진단이 의무가 아니라는 점도 호재다. 규제 완화로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 판정을 받을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별도 의뢰가 없으면 2차 정밀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서울의 주요 대형 재건축단지들 역시 이같은 규제 완화에 힘입어 잇달아 안전진단 절차를 끝내기도 했다. 만수주공 1~6단지 재건축 추진위는 이르면 상반기 중에 1차 정밀안전진단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인근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 완화가 이뤄지면 1만 가구가 넘는 ‘매머드급 단지’가 탄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둔촌주공아파트(서울 강동구) 재건축을 통해 들어서는 올림픽파크 포레온(1만2032가구)를 뛰어넘는 1만5000여가구 재건축 단지가 공급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단지 인근에는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축하 현수막을 걸고 재건축 사업 수주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변수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건설 자재 가격이 인상되는 등 재건축 환경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미분양 문제가 부각되는 등 건설사들 역시 예전처럼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사업 수주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있는 단지로 판단되면 2~3개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자금 상황이나 사업비용 증가 등은 언제든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완화 기조 속에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안전진단 관련 인·허가를 받기 위한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 부평구의 부평현대 1·2·3단지(산곡동)의 경우 1월말 부평구에 예비안전진단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단지는 지난 해 7월 재건축 추진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예비안전진단 동의서를 받았고, 정부 기조에 맞춰 안전진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 단지는 1·2·3단지 가구수가 약 4900가구에 달한다. 이같은 대형 단지들의 안전진단 신청을 시작으로 정비사업에 대한 인근 단지들의 관심 역시 커질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재건축에 관심을 갖는 단지들이 진도를 나갈 수 있는만큼 나가려고 하는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미국발 금리 인상과 같은 외부 충격을 국내에서 상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향후 부동산 경기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실제 사업 진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