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놓으면 팔릴거야”…아파트 매물 늘어났다는데
“매물을 거둬들였던 집주인들이 다시 매물을 내놓고 있다. 요즘 분위기에서 예전 상승기 시절 가격에 내놓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최근 시세와 비슷한 수준에 매물을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보는 상황이다.”(서울 양천구 공인중개사 A씨)
서울 아파트 매물이 최근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매도인들이 ‘지금이 팔아야 할 타이밍’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7958건으로 집계됐다. 열흘 전인 지난 14일 5만3905건 대비 7.5% 증가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수도권 중에서는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와 인천은 매매 매물이 각각 6.3%,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23일 5만7444건을 기록한 뒤 하루 사이에 0.8%가 증가한 5만7958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이 5만7000건을 넘은 것은 지난 해 11월 10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한달 전 매물 4만9627건(1월 24일 기준)과 비교하면 16.7% 증가하는 등 서울 아파트 매물은 확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구는 강남구로 집계됐다.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최근 열흘 사이4369건에서 4867건으로 11.3% 증가했다.
핵심 재건축 단지나 대단지 아파트 역시 매물 증가 추세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강남권 노후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서울 대치동)의 경우 매물이 166건에서 244건으로 46.9% 증가했다. 송파구의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헬리오시티(가락동)의 경우 지난 22일 매물이 718건까지 늘어났다. 헬리오시티 매물이 700건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매물 증가는 올해 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으로 거래가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386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가 1000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 해 6월 1066건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달에도 840건의 매매가 이뤄지는 등 두달 연속 1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매수 심리가 다소나마 회복세를 보이면서 집주인들도 조금씩 가격을 올리는 모양새다.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면적 84㎡ 매매 가격은 가장 최근 등록된 매물 기준 18억~19억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이 단지 같은 전용면적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16억45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가장 최근 거래가격은 지난 11일 기록한 18억2000만원이다. 가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어느 정도 거래가 이뤄진다는 판단에 작년 연말보다는 가격을 조금씩 높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금은 ‘매물을 내놓으면 팔릴 것 같다’는 기대 심리가 형성됐다”며 “회수됐던 매물을 내놓을 뿐만 아니라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에 ‘갈아타기’를 시도하려는 수요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매년 2~3월은 매물이 늘어나는 시기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매년 6월 1일이 보유세 기준일인만큼 매도인 입장에서는 5월말까지 잔금을 받아야하기에 매도 작업에 나서는 것이다.
‘내집 마련’ 수요자들의 대응은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무주택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외부 상황이 부담스럽지만 ‘갈아타기’에 나서는 유주택자들 입장에서는 매도인이 팔려는 생각이 강한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박 교수는 “보유세 문제로 매도인이 반드시 팔아야하는 경우 일부 금액을 깎아서라도 팔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주택자에 비해 자금 부담이 덜한 유주택자는 매수를 검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다만 여전히 대출금리가 높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이 지금 달려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주택자들은 금리가 인하된다는 신호가 나와야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만큼 빨라야 올해 하반기에 무주택자들의 매수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