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큰손 떠오른 하인즈…“2030년 한국 운용자산 5조원 목표”
“한국에 양자 컴퓨터 같은 최첨단 기술을 토대로 한 ‘복합시설’을 적극 선보이겠습니다.”
세계 3대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하나인 ‘하인즈’의 레이먼드 롤러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하인즈 임원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하인즈가 부산 해운대구에 국내 최초의 양자컴퓨터 관련 거점 공간인 ‘퀀텀(양자) 콤플렉스’를 짓기로 함에 따라 한국을 찾았다. 74층 규모로 지어지는 퀀텀 콤플렉스에는 양자 컴퓨터를 쓰려는 기업을 위한 사무실, R&D센터는 물론 교육·상업·주거시설까지 통으로 마련된다. 국내 5번째 높은 건물이자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이 곳은 총 사업비만 1조 4000억원에 달한다.
롤러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약 1만 8000개가 창출되고 4조 6000억원 가량의 경제적 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술력이 좋은 한국에 이런 복합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인즈가 진출한 29개 국가 285개 도시 가운데 재작년 설립한 한국 법인의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다”며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전망을 좋게 평가했다.
높은 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 롤러 대표는 “하인즈는 글로벌 기업이다보니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국을 비교 분석하는데, 한국은 오피스 공실률이 무척 낮아 상대적 가치가 높다”고 답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의 지난해 하반기 자료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1.3%로 뉴욕(18.7%), 상하이(10%), 도쿄(4.6%), 파리(2.5%)에 비해 낮다.
함께 참석한 이형섭 하인즈코리아 대표는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강하다는 것”이라며 “한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성장시킬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수도권 물류센터 위주로 투자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 부산에 진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이 대표는 “2030년까지 한국에서 운용하는 부동산 자산을 5조원 규모로 키우는 게 목표”라며 “이미 절반 수준인 2조 5000억원 규모를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롤러 대표는 “아시아·태평양본부 목표는 하인즈 전체 자산(116조원 규모) 가운데 아시아 자산 비중을 30%로 늘리는 것이다. 약 39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아시아 자산 가운데 한국 자산이 29%를 차지한다. 지금 비율에 따라 단순 계산하면 장기적으로 한국 운용 자산을 약 12조원까지 늘릴 수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하인즈는 △신기술 △복합시설 △친환경이란 3가지 키워드로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앤드류 호프먼 하인즈 한국 및 일본 총괄은 “신기술과 관련된 여러 시설을 하나의 건물에 다 넣어 아예 생태계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해외에서도 높은 수준의 복합 업무 시설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류센터와 상업시설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새로 짓는 건물은 모두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자산도 다양하게 구성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생명과학 연구단지나 주거용 부동산 같은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데이터센터 등으로 투자를 확대할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하인즈는 경기 화성 남양·안성 일죽 물류센터와 서울 서대문구 오피스 빌딩을 각각 개발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위주인 만큼 서울의 3대 업무지구인 강남·광화문·여의도에 투자할 계획이 있냐고도 물었다. 이 대표는 “어느 한 곳을 특정해서 보고 있진 않다”면서도 “3곳 모두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개발하려고 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