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땄지만 개업 포기”…부동산침체에 중개업소 권리금 뚝뚝

“열심히 준비해서 자격증은 땄는데 정작 개업을 못하겠어요. 시장이 워낙 안 좋으니까 파리만 날리는 게 아닌가 무섭죠.” (지난해 공인중개사 합격자 A씨)

매년 1월은 공인중개사 개업이 가장 활발해지는 시기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 집값이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하고 거래량은 역대 최소치가 예상되면서 ‘부동산 빙하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시험은 매년 10월 말에 시험을 실시하고 11월 말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지난해 치러진 33회 시험서는 총 2만7916명이 합격 문턱을 넘었다. 12월 자격증 교부와 교육을 거쳐 1월부터 개업이 많아진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집계하는 중개사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항상 1월에 신규 개업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올해엔 합격자들이 개업을 꺼리는 분위기다. 50대 합격자 B씨는 “바로 개업할 생각이었지만 시장이 좋지 않아 실장일을 하면서 타이밍을 봐야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대단지 아파트들이 몰린 서울 주요 뉴타운 소재 중개사들도 통상 1월이 중개사무소 인수 거래가 가장 활발한 시기인데 올해엔 매물로 나온 사무소만 많고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중개사무소 거래가 전문인 한 중개사는 “입주장이 열릴 예정이거나 역세권 대단지 대로변 1층을 제외하고는 권리금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다수 몰린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동의 경우 2021년 호황기 최고 7000만원까지 했던 중개사무소의 권리금이 현재는 2000~3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신규 개업은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총 1만4757명이 신규개업해 2013년(1만5825명) 이후 가장 적었다. 올해 집값 하락률 1, 2위를 기록한 세종과 대구를 포함해 울산, 경남 등 4개 지역은 연간 기준 개업보다 휴업과 폐업이 많아 중개사무소가 순감했다.

월별로 봐도 지난해 8월부턴 전국을 기준으로 휴폐업이 개업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휴폐업자수는 2072명으로 한달 만에(11월 1209명) 70% 이상 증가했다. 충북과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휴폐업자수가 개업자수를 앞질렀다.

극심한 거래절벽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3만220건을 기록했는데 5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다. 12월 매매거래량이 아직 집계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누적 거래량은 48만187건으로 2006년 통계집계 이래 역대 최소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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