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북권 재탄생할까…은평에 ‘제2 코엑스’ 짓는다
서울시가 서울 서북권에 코엑스보다 규모가 큰 융·복합도시 건설을 추진한다. 이 일대에 업무·주거·상업 분야를 아우르는 시설을 만들어 도시 경쟁력을 더욱 확보한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19일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일자리, 문화시설을 두루 갖춘 융복합도시를 만든다”고 밝혔다. 약 11만㎡에 달하는 서울혁신파크 부지는 서울시가 보유한 가장 큰 땅이다.
축구장 15개에 맞먹는 규모인 이곳은 원래 국립보건원 부지였다. 2006년 국립보건원이 이전하면서 난개발을 막고, 서북권에 필요한 시설을 공급하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9년 시가 매입했다. 오 시장은 지난 해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직(일자리)·주(주거)·락(상업여가문화) 융복합도시로 재조성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서울혁신파크 부지에는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46만㎡)보다 규모가 큰 약 50만㎡ 시설이 지어질 예정이다. 이곳에 들어서는 시설은 업무공간과 창업시설, 주거단지, 상업·문화 복합공간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인근 상암 DMC, 마곡 일대와 연계해 첨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특화업무공간(약 15만㎡)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립대 산학캠퍼스인 ‘서울UIC캠퍼스’도 새롭게 들어선다.
서울시는 서울UIC캠퍼스에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전문 대학원과 기업 간 산학협력을 위한 연구시설, 창업지원시설 등이 입주한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에 따르면 이곳에는 원래 1학년을 위한 교양학부가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입주 기업·기관·시설과의 연계, 상호 조화 등을 고려해 산학 협력과 창업 등에 초점을 맞췄다.
주거 분야에서는 공공형 주거단지 ‘골드빌리지’를 비롯해 800가구 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선다. 주거·의료·편의시설을 갖춘 골드빌리지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아우르는 공공형 주거단지다. 세대공존형 공공주택인 골드빌리지는 활동 반경을 넓히기 어려운 노약자 등 거주자들이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집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병원, 공원 등과 같은 편의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이와 함께 근거리에 거주하는 자녀와 왕래하며 생활하기 쉽도록 공급 계획이 이뤄진다.
서울시는 지난 7월말 골드빌리지 구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은평구는 인프라 확충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은평구에서는 800세대 전부를 골드빌리지로 조성하는 줄 알고 반대했다”며 “골드빌리지는 224세대 수준이어서 구도 이 정도는 수용 가능하다고 보고 협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상업·문화 공간과 관련해서는 부지 중앙 60층 높이 랜드마크 타워와 대규모 녹지광장이 핵심이다. 가로변에는 여의도 ‘더현대서울’보다 규모가 큰 복합문화쇼핑몰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부지 내 모든 시설과 기능은 통합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상과 지하, 공중을 입체적으로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지하에서 이동하도록 지하교통체계가 구축된다. 지상부에는 녹지보행공간이 들어서고, 불광역과 서울혁신파크 부지를 바로 연결하는 지하연결통로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이고 보행다리, 하늘공원 등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기본계획안을 확정짓고, 2025년 하반기 착공을 시작으로 2030년 준공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건설에 참여하고, 계획과 운영에서 노하우가 필요한 시설은 민·관협력 개발방식으로 추진된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서북권은 급격한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로 지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번 계획은 서북권이 베드타운을 넘어 자생적 경제기반을 갖춘 서울 안의 작은 도시로 거듭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