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오른 구축 살걸”…새 아파트가 더 무섭게 빠지는 이유는
경기도 과천시 소재 아파트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59㎡와 과천주공8단지 전용 83㎡ 시세는 지난해 6~7월만 하더라도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주공8단지 전용 83㎡가 지난해 6월 17억5000만원, 푸르지오써밋 전용 59㎡가 지난해 7월 17억2000만원에 계약서가 오가 실거래가 차이는 3000만원에 불과했다. 푸르지오써밋은 2020년 준공된 신축 아파트, 주공8단지는 1983년 준공된 구축 아파트다.
하지만 최근 실거래가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지난 6월 주공8단지가 17억8000만원에 거래된 지 석 달 만인 9월 푸르지오써밋이 14억원에 팔려 나갔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두 아파트 시세 차이는 4억원에 육박한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유자가 매물을 급하게 던질 수밖에 없어 벌어진 상황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세 하락기가 본격화되자 굳건하던 신축 아파트 프리미엄이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를 맞아 신축 아파트 집값 거품이 구축 대비 더 빠르게 꺼지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똘똘한 한 채’ 열풍에 힘입어 대출까지 일으켜 신축으로 주로 쏠리던 아파트 매수 수요가 빠지면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었던 구축 대비 시세 하락폭이 더 커 보이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10일 기준) 전국 5년 이하(사용 승인 시점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35% 떨어진 99.7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도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99.8(전주 대비 0.45% 하락)을 기록해 100선이 무너졌다. 이 지수는 2021년 6월 넷째 주(28일 기준)를 기준선 100으로 잡은 통계다.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아파트 매매가가 작년 6월보다 내려갔다는 의미다.
최근 주택시장 전반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신축 아파트는 구축보다 하락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2월 첫째 주와 올해 10월 둘째 주 지수를 비교하면 신축 아파트는 104.7에서 99.7로 내림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5년 초과∼10년 이하 준신축 아파트는 104.7에서 101.8로 하락했지만 기준선인 100은 지켜냈다. 10년 초과∼15년 이하(105.8→103.8), 15년 초과∼20년 이하(106.4→104.7), 20년 초과 아파트(106.6→106.2) 시세 역시 모두 하락했지만 구축일수록 변동폭이 작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덜 오른 구축 아파트 시세가 덜 빠진 것은 시장 사이클상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세시장에서도 신축 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전국 5년 이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이달 둘째 주 98.4로 100을 밑돌았다. 이 수치가 100을 넘지 못한 것은 5년 이하 아파트가 유일하다. 같은 기간 5년 초과∼10년 이하 준신축 아파트(103.5→100.1), 10년 초과∼15년 이하(104.1→102.1), 15년 초과∼20년 이하(104.4→103.1), 20년 초과 아파트(104.5→104.4) 등은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부동산R114 통계를 봐도 비슷한 상황이 읽힌다. 이 업체가 올해 1월부터 이달 14일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매매가는 0.03% 올랐지만 입주 1∼5년 차 신축 아파트만 1.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입주 6∼10년 차 준신축과 입주 10년 초과 구축은 각각 0.35%, 0.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평균 0.9% 떨어졌다. 준신축과 구축 아파트 하락폭은 각각 0.82%, 0.8%에 그쳤지만, 신축 아파트는 1.79% 떨어졌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희소성이 있던 서울 신축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만 튀어 오른 측면이 강했다”며 “부동산 하락기가 닥치자 가장 먼저 조정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