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투자한다는 장부장, 이 단지 꼭 챙겨보겠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3월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는 말 그대로 핵폭탄급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지역 아파트 대부분이 재건축 연한인 30년이 다 돼가고 있는 가운데 여당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해 재건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지역 내 아파트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값은 연초 이후 이달 16일까지 1.01% 상승해 같은 기간 경기도 전체(0.49%)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재건축 대상 단지 위주로 외지인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하지만 1기 신도시 간에도 소위 투자 우선순위는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일단 재건축 사업성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용적률(대지 안에 있는 건축물의 바닥 면적을 모두 합친 면적)을 볼 때 일산(169%·부동산R114 기준), 분당(184%), 평촌(204%), 산본(205%), 중동(226%) 순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1기 신도시 용적률이 300%까지 올라간다면 일산이 지금 층수보다 훨씬 많은 층수를 올려 다수의 가구를 분양하며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평균적인 이야기일 뿐 전문가들은 단지마다 역세권, 생활편의시설, 중대형 평형 위주의 대단지 유무 등을 꼼꼼히 따져가며 1기 신도시 내 ‘알짜 아파트’를 골라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김세원 내외주건 상무는 “주거시설에 둘러싸인 아파트의 경우 고밀도 개발 시 주거쾌적성 악화 등으로 용적률 상향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공원과 상업용지 등에 접하고 있는 위치가 재건축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알짜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를 고를 수 있도록 매일경제는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5개 1기 신도시 지역 내 투자 추천 아파트 단지와 지역에 상관없이 한 곳만 투자한다면 어느 곳에 투자할 것인지를 물어봤다.

분당신도시

대부분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중에서 가장 투자할 만한 곳으로 분당 지역을 꼽았다. 10명 중 9명이 분당, 나머지 1명이 일산을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용적률이 낮고, 준강남권 지역으로 미래 가치 상승 여력이 높은 동시에 신분당선 연장 등 서울권으로 진입하기 수월해지는 등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일자리가 많은 판교와 가깝고 교통 여건 등을 감안하면 분당이 가장 투자가치가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역시 “용적률이 낮고 서울 강남권과 이어지는 신분당선이 이미 깔려 있는 것이 거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산 지역을 가장 투자할 만한 곳으로 꼽은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기 신도시 중 가장 용적률이 낮아 사업성이 뛰어나고, 교육·공원·교통 등 3박자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분당에서 투자할 만한 아파트로는 수인분당선 서현역 인근 시범단지(삼성·한신, 한양, 우성, 현대) 아파트를 10명 중 6명이나 선택했다. 분당 학원 밀집 지역과 가까이 있고, 분당중앙공원을 옆에 두고 있으며, 대형 단지에 역세권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승훈 리얼비전경제연구소장은 “분당에서 가장 큰 4개 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지역으로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1만가구 이상의 초대형 단지가 될 것으로 보이며, 강남·판교에 대한 접근성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노지영 더피알 이사 역시 시범단지 삼성·한신아파트를 추천하며 “용적률이 191%이고 3종 주거지역(1·2종에 비해 용적률을 더 높일 수 있음)이라는 점, 서현역 바로 앞 초역세권이며 서현초등학교까지 품은 ‘초품아’ 아파트라는 매력이 눈에 띈다”면서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것은 파급력은 있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해 자칫하면 진행이 많이 늦어질 수 있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시범단지 아파트들이 재건축 투자 목적과 함께 실거주하는 데도 부족함이 없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1기 신도시 가운데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다. 시범단지 한양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현재 호가가 13억~13억5000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한다고 해도 7억~8억원 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또 GTX-A 성남역과 거리가 멀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최환석 센터장은 정자역 인근에 있는 상록우성아파트를 추천했다. 신분당선 이용이 편리해 판교·강남으로 이동하기 쉬운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218%의 다소 높은 용적률은 재건축하는 데 부담이 될 수 있고, 인근 공무원3단지 등은 낮은 용적률(178%)의 장점이 가격에 이미 반영돼 있다는 의견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판교테크노밸리와의 접근성을 들어 아름마을 효성7단지를 추천했다. 또한 GTX 노선 중 가장 먼저 개통될 예정인 GTX-A 노선 성남역이 인근에 들어설 예정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 단지의 경우 중학교(매송중), 고등학교(이매고)와의 접근성은 좋지만 초등학교는 탄천을 건너가야 하는 것이 불편해 보인다. 388가구의 비교적 작은 단지라는 점도 부담이긴 하다. 아름마을 효성7단지는 소형 평수는 없고 전용 130㎡의 경우 지난달 9일 21억원(16층)에 실거래됐다.

양지마을 한양5단지도 추천 단지로 꼽혔다. 학원이 많은 수내역 초역세권 단지이면서 단지 내 분당고등학교가 있고, 분당중앙공원 역시 가깝다. 전용 84㎡가 현재 16억원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일산신도시

일산의 가장 큰 매력은 1기 신도시 중 가장 용적률이 낮아 사업성이 높다는 점이다. 평균 169%의 용적률을 보이고 있고, 3호선 주엽역 인근에는 용적률 150% 이하 아파트들도 보인다. 또한 인근에 호수공원 등 쾌적한 생활시설과 상업시설, 학원 등이 밀집해 있는 것이 실수요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또한 분당, 평촌 등과 비교했을 때 아직 저렴한 가격도 분명 장점이다. 주엽역이나 대화역 인근에는 3억~4억원이면 갭투자를 할 수 있는 아파트가 상당히 많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문제는 서울 시내와의 거리감과 지축, 삼송 등 일산보다 서울과 더 가까운 곳에 신도시들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는 GTX-A 노선이 2024년께 개통된 이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부동산R114에 따르면 강촌마을5단지라이프 등 3~4개 단지를 제외하고는 입주한 지 25년이 넘은 1000가구 이상 단지가 별로 없다는 점도 사업성 측면에서는 단점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이 일산 아파트 단지 중에서 가장 많이 추천한 단지는 주엽역 인근 문촌마을 16·17단지다. 김세원 상무는 문촌마을 16단지에 대해 “GTX-A 킨텍스역이 가깝고, 킨텍스 인근 대형 상업시설과 호수공원 등 편의시설 우수 입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소장은 문촌마을17단지를 추천하며 “GTX-A 킨텍스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길 건너에 호수공원이 있다는 장점이 크다”며 “3종 주거지역이면서 대형 평수(37~61평형)로만 구성돼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좋다”고 밝혔다. 다만 가구 수가 504가구로 적고, 매매가격이 주변 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은 부담이다.

강촌마을5단지라이프도 2명의 전문가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박준표 포애드원 본부장은 “3호선 마두역 초역세권 아파트면서 용적률이 163%로 낮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산에서는 보기 드물게 1558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1992년에 입주한 30년 된 아파트라 주택 노후화는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 이 밖에 장성동부1단지, 호수마을 삼환유원3단지, 청구현대7단지, 힐스테이트일산 등도 전문가들 추천을 받았다.

error: 더블클릭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