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때문에 집 샀더니 완전 애물단지”…휴식공간 각광받던 발코니의 배신
아파트에서 바깥 공기를 마시며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각광받던 ‘오픈 발코니’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발코니 설치와 관련한 구체적 건축 기준이 없어 배수에 문제가 생기는가 하면, 오픈 발코니 가구가 발코니 확장을 하는 경우 실내 공간이 줄어드는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잠실래미안)은 지난달 삼성물산과 현대산업개발 등 시공사 측에 ‘오픈 발코니 개선 방안’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엔 오픈 발코니가 설치된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배수와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설계, 감리, 시공 과정상 개선 방안을 도출해달라는 요청이 담겼다.
문제가 되고 있는 오픈 발코니의 정확한 명칭은 ‘돌출개방형 발코니’다. 건물 외벽에 돌출된 발코니로 돌출 폭은 2.5m 이상이어야 하며, 위엔 슬래브(철근콘크리트 구조 바닥)가 없어야 한다.
서울시는 건물의 다양한 미관 형성과 거주민들에게 휴식 공간 제공을 위해 이 같은 돌출개방형 발코니 도입을 권장하고 있다. 2008년부터 실시된 ‘디자인 서울’ 정책의 일환으로 공동주택을 지을 때 벽면 전체 면적의 30%는 발코니 설치가 제한된다. 하지만 확장 불가능한 돌출개방형 발코니를 전체의 20% 이상 도입하는 경우 발코니 설치 삭제 기준이 완화된다. 2023년부터는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거주민 휴식 공간 제공을 위해 21층 이상 아파트에도 돌출개방형 발코니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오픈 발코니가 설치된 아파트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작년 8월 준공된 서울 강북구 북서울자이폴라리스 한 입주민은 지난해 강북구 의회에 오픈발코니와 관련한 문제 개선에 나서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 입주민은 “현재 아파트에 설치된 개방형 발코니 빗물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나갈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고층부에서 물이 떨어져 아파트 외관 벽 오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겨울엔 고층에 고드름이 생겨 자칫 인명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픈 발코니에 대한 우수관 설치 기준을 세워달라는 요청을 덧붙였다.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에서도 배수관 미설치에 따른 배수 문제로 입주민들이 문제 제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오픈 발코니와 관련한 문제가 여기저기 발생하자 착공 단계에 있는 재건축 조합에서도 사전에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시공사 측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한편 신규 분양 단지에서는 오픈 발코니 가구가 확장할 경우 실내 면적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해 시공사와 수분양자 간 갈등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수분양자들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분양 계약 당시 발코니를 확장하는 경우 오픈 발코니 가구의 실내 공간이 줄어드는 점을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며 문제제기를 위한 법무법인 섭외 검토에 나섰다. 이 단지는 1856가구 중 약 400가구에 오픈 발코니가 설치된다.
그런데 만약 발코니 확장 옵션을 선택하게 되면 오픈 발코니 가구의 거실과 방 실내 면적이 일부 줄어드는 것이 뒤늦게 확인됐다. 한 수분양자는 “분양 책자에만 알아보기 어렵게 해당 내용을 적어놓고, 견본주택 직원들은 이런 내용을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합리적 평면 설계를 위해 일부 서비스 면적이 줄어들 수 있다”며 “입주자모집공고에 서비스 면적이 상이할 수 있음을 사전 고지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