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물 9만개 쌓여
집값 급등 피로감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아파트 거래가 줄어들며 서울 아파트 매물 수가 처음으로 9만 개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까지 일부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이날 기준 9만274개를 기록했다. 아실에 데이터를 공개하는 근 3년 이래 최다 매물 수다. 3년 전(4만2471개)과 비교해서는 매물이 2배 이상 늘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특히 마포(22%), 서대문(18%), 동작(16%) 등이 8월 말과 비교해 매물 수가 크게 증가했다. 올해 유독 강남3구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며 상급지 갈아타기를 위한 매물이 다수 나오며 매물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매물은 늘었지만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으며 매물만 계속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9월 들어 대출 규제가 강화된 탓이다.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과 함께 시중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이에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41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9181건)과 8월(6474건) 거래량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식은 것이다.
서울 외곽에서는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를 원하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내년 11월 입주가 예정된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0㎡는 마피가 5000만원~7000만원 가량 붙은 매물도 나왔다. 당장 내달 입주를 앞둔 트리우스 광명 전용 84㎡도 분양가보다 1000만원 가량 낮게 거래를 원하는 매물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입주를 앞둔 단지의 경우 최근 신축 아파트에 대한 전세 대출이 제한되며 잔금을 치르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급매를 내놓으며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대출 규제 영향을 강하게 받아 현재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했다”며 “매물 증가가 꼭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매수 심리가 둔화된 것이 분명한 만큼 일부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