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가 오피스텔, 100만원 찍었다…대체 무슨일이
‘신축급 오피스텔. 외국인 유학생 환영.’
서울 광진구 건국대 인근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준공 2년차 오피스텔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이러한 문구를 올렸다. 입국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며 이들이 대학가 주변 오피스텔 주요 세입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대학가 주변 신축 오피스텔은 100만원에 가까운 고가 월세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들어오고 있다. 서울 이화여대 인근에 2022년 준공한 아리움 3차 오피스텔은 전용 13㎡ 원룸형이 지난달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또 다른 이화여대 인근 원룸형 오피스텔 유이유이대도 보증금 1000만원, 월세 95만원에 계약이 신고됐다. 작년 6월 준공한 건국대 인근 건대 트레비앙도 복층형 원룸 구조인 전용 17㎡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임차인이 구해졌다. 인근 다세대주택 등은 월세가 60만~70만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금액에 월세 계약이 이뤄진 것이다.
대학가 인근 비싼 월세는 신축급 오피스텔에서 주로 체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비아파트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며 신축 오피스텔 준공 물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R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준공된 오피스텔은 총 1만4479실로 2020년(2만2219실)의 65% 수준이다. 이마저도 올해는 4138실, 내년엔 2613실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으로 신규 오피스텔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피스텔 공급이 급감하며 전월세 시장 불안이 더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급증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신축 오피스텔 월세가 오르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학·연수 목적으로 방한한 외국인은 2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반기 기준 외국인 유학생이 2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외국인 유학생은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급감했다가 지난해 연간 30만명을 회복한 뒤 올해는 숫자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2009년부터 16년째 국내 학생들 등록금이 동결되며 대학들이 재정난을 타파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연고가 없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가전이 모두 갖춰진 신축 오피스텔을 선호해 월세가 다소 비싸더라도 임차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신촌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오히려 월세에 대한 가격 민감도가 낮아 비싼 월세에도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의 경우 평균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이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중에서는 성균관대 인근 평균 월세가 평균 6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7% 뛴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