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망하는데 누가 상가 쳐다보나요”…매물 쌓이는 상가 경매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장사는 예전 같지 않은데, 대출 금리가 오른 탓이다. 이 대출을 해결하지 못해서 자영업 6곳 가운데 1곳 꼴로 결국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884조4000억원이다. 대출받은 자영업자 중 평균 1억원의 대출을 해결하지 못하고 폐업한 경우가 6곳 중 1곳 꼴, 65만5000곳에 달했다.

자영업자들은 1금융권 외에 저축은행과 비은행권 대출도 받는 ‘다중채무자’가 많은데, 2금융권 대출 금리가 10% 이상으로 훨씬 높다 보니 전체 대출 연체금의 3분의 2인 10조 원가량이 비은행권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재료비 등 각종 비용은 치솟는데, 소비 심리는 얼어붙어 버티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분기 자영업자 매출은 1년 전보다 7.7%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더 크게, 23%나 급감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일상의 씀씀이를 줄이면서 술집과 카페, 한식, 중식 등 외식업과 유통업의 매출 하락세가 컸다.

채무를 버티지 못해 경매에 나오는 상가도 2년째 늘고 있다. 하지만, 낙찰받으려는 수요는 저조해 매물 적체 현상이 심해지는 모습이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상가 경매 건수는 총 2294건으로 전월(283건) 대비 10.1% 늘었다. 지난해 같은 달(1059건)과 비교하면 무려 116% 급증했으며, 2013년 1월(2512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2022년까지만 해도 월별 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1000건을 밑돌았지만, 작년 초부터 매물이 늘면서 작년 4월(1091건) 1000건을 넘어섰고 지난 6월에는 2000건을 넘기는 등 2년째 급격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 악화 등으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 경매 시장에 신규로 나오는 상가 매물은 계속 늘고 있지만, 고금리와 임대료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가를 낙찰받으려는 수요는 줄면서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지지옥션 측은 설명했다.

올해 들어 계속 20%를 밑돌던 낙찰률은 지난 6월 15.6%까지 떨어졌다가 7월 20%로 다소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 10건 중 8건은 주인을 찾지 못한 셈이다.

여러 차례 유찰되면서 가격이 떨어진 물건이 많다 보니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도 저조하다. 전국 상가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50%대에 머물고 있다. 7월 낙찰가율은 59.3%에 그쳤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진행된 상가 경매는 총 286건으로 1년 전(106건)의 세 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면서 2015년 2월(293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낙찰률은 22%, 낙찰가율은 77.1%였다.

이는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서는 낙찰된 아파트 5가구 중 1가구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면서 낙찰가율이 93.7%에 달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서울에서는 동대문 등지의 패션몰, 전자제품 전문상가 등 ‘테마상가’의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특히 저조하다.

일례로 지난해 8월 경매에 처음 나온 충무로의 한 패션몰 내 상가는 9차례 유찰을 거듭한 끝에 1년 만인 지난달 겨우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는 3110만원으로 감정가(1억8000만원)의 13%에 불과했다. 광진구 테크노마트의 한 상가는 8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달 감정가(2200만원)의 23% 수준인 369만1000원에 낙찰됐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경기 악화 등으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면서 경매 시장에 나오는 상가 매물은 계속 늘고 있다”면서 “고금리와 임대료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상가를 낙찰받으려는 수요는 줄면서 매물 적체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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