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다 죽으라는 거냐”…신축 3년내 못팔면 세금폭탄
“전세 사기로 빌라 기피가 심하고, 투자하려는 분들도 주택 수 늘리기 싫다며 빌라를 안 사려고 해요. 빌라가 안 팔려서 파산 직전인데, 다 못팔았다며 세금을 더 내라니 빌라 지은 걸 후회합니다.”
주택 신축 판매 및 공급업체를 운영하는 신모씨는 16일 “우리가 투기하려고 집 지은 것도 아닌데 왜 빌라 업체들에 징벌적 세금을 적용하는지 모르겠다”며 “취득세 때문에 빌라 공급업체들은 고사 직전”이라고 했다.
최대 12%에 달하는 취득세 중과세가 빌라를 지어 공급하는 주택신축 판매업자들에게도 적용되면서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문제다. 신축 공급·판매업체가 취득세 중과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3년내 신축 판매’를 해야 하는데, 요즘처럼 빌라 기피가 심한 상황에서 빌라 분양에 실패한 공급자들은 취득세 중과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
현행 취득세율은 개인이 주택을 취득할 때 조정대상지역에서는 3주택 이상, 비조정지역에서는 4주택 이상 최대 12%가 적용된다. 12%에 달하는 세율은 2020년 8월 정부가 투기를 막겠다며 도입했다. 다만 공급 위축 우려로,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주택건설사업을 위해 취득하는 주택은 취득세 중과 예외로 뒀다. 단 조건이 있다. 지방세법 시행령 제28조의2에 따르면, 주택신축 판매업자는 취득일부터 3년이 지날 때까지 주택을 신축해 판매해야 한다. 이를 못 지키면 취득세 중과세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2~3년 전 빌라를 공급할 목적으로 주택을 취득한 사업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낡은 단독주택 등을 매수해 건물을 허물고 빌라를 지었는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빌라가 안 팔려 최대 12%에 달하는 취득세율로 다시 세금을 내야 한다.
3년 전 서울 금천구에 낡은 주택을 사들여 빌라를 지은 신씨는 “건물 2채를 멸실하고 지난해 빌라 16채를 완공했으나 전세사기와 금리 인상으로 한 채도 못 팔았다”며 “2년간 이자 내느라 파산 직전인데, 취득세 1억을 더 내라니 사업 포기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신축 빌라 판매업체들은 ‘전세사기’와 ‘고금리’로 인한 현 시장 상황을 취득세 중과 제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구청 재산세과 관계자는 “자연재해나 유물 발굴 등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 ‘정당한 사유’지, 금리 인상이나 빌라 기피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취득세를 못 내면 과소신고 가산세와 지연이자까지 계산해 연 20% 가까운 연체 비용을 더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취득세 2억원을 못 내면 1년에 체납금액만 4000만원 더 불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