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공분양 노린다면…월 25만원씩 청약통장에 넣으세요
3기 신도시 등에서 공공분양을 노리는 청약 대기자들은 앞으로 매달 25만원씩 청약통장에 저축해야 당첨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청약부금과 청약저축 등 용도가 한정됐던 통장은 기존 납입 실적을 인정받으면서 민간과 공공청약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도 가능해진다.
13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생토론회 후속 규제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청약통장 월 납입 인정 한도를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월 납입 인정 한도는 1983년 이후 41년 만에 늘어난 것이다. 관련 기사 A23면
청약통장은 매달 2만원에서 최대 50만원까지 가입자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다만 공공분양 당첨자 선정을 위한 총 납입액 산정 때는 매달 납입 금액 중 10만원까지만 인정해왔다. 가령 청약통장에 50만원을 저축하더라도 공공분양에서는 이 중 10만원만 인정해 총 납입액을 산정한 것이다. 공공분양은 저축 총액을 기준으로 당첨자를 가리는데 월 납입 인정 한도가 늘어나며 앞으로는 높아진 불입한도액에 맞춰 매달 25만원씩 저축해야 공공분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매달 25만원씩 청약통장에 저축하면 소득 공제 혜택도 최대 한도만큼 받을 수 있다.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는 연간 주택청약 납입액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매달 25만원씩 청약통장에 저축하면 월 인정 한도도 채우는 동시에 소득공제 혜택도 최대로 누리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이번 조치로 매달 10만원 저축도 빠듯한 서민들의 당첨 가능성을 낮추고 오히려 중산층 이상의 혜택을 늘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통장 가입이 늦더라도 매달 25만원씩 저축을 하면 매달 10만원씩 납입하는 사람을 추월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만약 4인 가족 기준 인정 한도만큼 저축한다고 가정할 경우 총 납입액이 40만원(10만원×4)에서 100만원(25만원×4)으로 늘어나 그만큼 저소득층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민영과 공공 중 하나만 청약할 수 있었던 청약예금과 부금 등을 모든 주택에 청약이 가능한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다.
청약 통장의 종류는 총 4가지다. 85㎡ 이하 민영주택만 가능한 청약부금, 민영주택만 가능한 청약예금, 공공주택이 가능한 청약저축, 모든 주택에 가능한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나뉜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이 2009년 5월에 출시돼 이전에 부금과 예금에 가입한 사람들은 청약에 제한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기존에 갖고 있던 통장의 납입 실적은 인정받으면서도 청약 기회는 확대해주기로 했다. 청약 예·부금은 기존 통장 가입 기간을 그대로 인정받고, 청약저축은 공공청약을 위한 납입 횟수와 월납입 인정금액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청약저축과 예·부금 가입자 수는 약 140만명이다.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2696만명)의 5.2%를 차지한다. 비중으로 따지면 크지 않지만 가입한 지 오래된 사람이 많아 종합저축으로 전환 시 청약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도 개선은 최근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줄어든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신생아 특례대출, 임대주택 공급 등에 활용되는 주택도시기금의 주요 재원은 청약통장 저축액이다. 하지만 청약저축 가입자가 줄어들고, 기금의 쓰임이 커지며 기금 여유자금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은 13조9000억원으로 2년 3개월 새 35조1000억원이나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