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행정에…남산타운 리모델링 무산 위기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가 추진한 리모델링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와 중구청의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주민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중구청은 “남산타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법적 요건에 충족하지 않아 반려 처리됐다”고 밝혔다. 조합설립인가는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아야만 법인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남산타운 아파트는 리모델링 조합을 세울 수 없게 됐다.
남산 주변에 있는 이 단지는 고도 제한 영향으로 재건축이 어려워 오래 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 왔다. 서울시가 2018년 이곳을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하며 사업이 탄력을 받았다. 남산타운 아파트는 전체 42개 동(5150가구)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분양주택이 35개 동(3116가구)이고 서울시 소유 임대주택이 7개 동(2034가구)이다.
당시 서울시는 임대주택을 제외한 분양주택 단지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기본설계 비용을 지원했다. 중구청은 이러한 내용을 소개하는 주민설명회까지 열었다. 주민들은 후속 절차를 밟아 지난해 11월 중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지만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한 필지로 묶여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중구청은 임대주택 소유주인 서울시 동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중구청 측은 “주택법을 따라야 해 시범단지로 선정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조합설립인가 근거가 정립될 순 없다”며 “주택법상 같은 필지를 공유하고 있는 임대주택 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임대주택 7개 동까지 합해 리모델링하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임대주택을 빼고 분양주택 단지만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동의해줄지도 시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임차인 의견을 묻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두 행정기관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리모델링 조합 설립은 한동안 요원한 일이 됐다. 서울시는 법적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시범단지로 지정해 리모델링을 장려했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