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푼 안들이고 수도권 빌라 매입…전세 준 뒤 보증금 140억 빼돌려
무자본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투자방식)로 사들인 다세대 주택을 통해 세입자 수십명에게서 전세보증금 140억여원을 가로챈 3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박병곤 판사)은 이날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모 씨(37)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최씨와 공모해 세입자 4명에게서 7억6000만원의 임대차보증금을 가로챈 컨설팅업자 정모 씨(35)에게는 징역 3년을, 명의 신탁자를 모집하는 등 이들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컨설팅업체 직원과 명의수탁자 등 21명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최씨는 2019년 6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수도권 일대 다세대 주택을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사들인 뒤 임차인 70명에게 144억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59채의 빌라를 소유하고 있었으면서 이런 사실을 임차인들에게 제대로 설명·고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모씨는 조사 과정에서 부동산 경기 악화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최씨가 전세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할 의지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들을 속여 144억원의 보증금을 편취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면서 “무자본 갭투자는 계약 종료 시점에 보증금을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반환해야 해 제대로 반환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 체결 당시 단순히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팔아서 보증금을 반환한다는 추상적 계획을 넘어 구체적인 반환 계획을 세워야 함에도 그런 사실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규제나 경기 악화 등의 사정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임대인으로서는 적어도 그런 상황을 염두에 뒀어야 한다”며 “자신의 탐욕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멈춰야 했다”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