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먼저 갔다가 목화·장미도 따볼까”…여의도 한복판이 들썩들썩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여의도 아파트지구에 속한 노후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재건축 정비계획을 확정지었다. 정비구역 지정도 완료돼 오는 23일에는 시공사를 뽑는 주민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입찰 기호순)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1일 서울시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대한 정비계획 결정과 정비구역 지정을 고시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행을 맡은 KB부동산신탁은 “여의도 아파트지구 중 고시가 나온 건 최초”라고 내세웠다. 여의도 아파트지구에는 목화·삼부·장미·화랑·대교·한양·시범·삼익·은하·광장·미성 아파트가 속해 있다. 대부분 1970년대 지어진 ‘반백살’ 단지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도 1975년 8개동, 588가구 규모로 지어졌다. 이날 고시에 따르면 이 단지는 앞으로 5개동, 992가구 규모로 탈바꿈 한다. 아파트가 4개 동이고 업무시설과 오피스텔이 1개 동 건립된다. 용도지역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두 단계나 올랐다. 높이는 200m 이하로 제시돼 한양 측은 최고 층수를 56층으로 높일 방침이다.
사업성이 좋아진 대신 16층 높이 공공청사를 공공기여 한다. 이 건물에는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서울핀테크랩’과 금융기관 종사자를 지원하는 ‘국제금융오피스’가 조성된다. 지하철 역사의 출입구를 만들기 위한 공공공지도 새로 만든다. KB부동산신탁은 법적 효력을 갖는 고시가 완료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전체회의를 오는 23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재건축 속도가 빨라 ‘여의도 1호’로 불리는 만큼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요즘 경쟁을 피하는 분위기지만 한양은 여의도 1호란 상징성 때문에 이례적으로 수주전이 펼쳐지는 듯하다”며 “앞으로 여의도 노후 단지들이 줄줄이 시공사를 뽑을 예정이라 선점하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업체는 파격적인 공약으로 막판 표심 몰이에 나섰다.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하면서도 3.3㎡(평)당 공사비를 798만원으로 낮게 제시했다. 최근 서초구, 용산구 등 정비사업장에선 평당 공사비를 900만원 이상 책정하는 상황과 대조된다. 고급화를 원하는 사업장에선 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한양의 성공이 곧 오티에르의 성공”이라며 “전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총사업비 1조원도 책임조달하기로 했다. 사업시행자의 자금 부족이 발생하더라도 사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여의도 한양에서 잡은 공사비 7020억원 대비 약 142% 규모의 자금을 책임지고 조달하겠단 것이다. 아울러 분양수입금을 소유주에게 먼저 지급하고 공사비는 후순위로 받는 조건도 제안했다.
현대건설도 자사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 적용을 제안했다. 청담동 PH129 같은 펜트하우스에나 적용했던 ‘하이퍼엔드’ 개념을 한양아파트에도 적용한다. 세계적 조경디자인 그룹인 SWA와 손잡고 입주민을 위한 공중정원 등을 꾸밀 계획이다. SWA는 두바이 부르즈칼리파, 미국 하와이 디즈니랜드 등 조경을 담당했다. 모든 주동에 스카이 커뮤니티를 배치하고 지하엔 1800평 규모 복합 문화공간을 꾸민다.
평당 공사비는 824만원으로 제시했다. 대신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대건설은 분양수익을 높여 동일 평형에 입주하면 100% 환급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최초 일반분양가로 현대건설이 대물 인수에 나선다. 최근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한양아파트 현장을 직접 방문해 둘러보기도 했다. 윤 대표는 “명실상부한 여의도 최고 랜드마크로 건설하겠다”며 “개발이익 극대화란 사업제안을 반드시 지키고 현대건설만의 하이퍼엔드 특화 상품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