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이 동네’ 아기들이 깨워줬네”…아파트 거래 확 늘었다
저가 노후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많이 몰려있는 서울 노원구. 그 안에서도 하계동, 중계동 등에 비해 시세가 저렴한 월계동에 있는 ‘월계주공2단지’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단 한 가구도 매매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거래가 꽁꽁 얼어붙은 시기였으나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치고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올해 들어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이 단지는 1월에만 5건, 2월엔 8건의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아직 신고 기간이 많이 남은 3월에도 벌써 2건의 매매계약이 신고됐다.
월계주공 2단지뿐만이 아니다. 중계동에 있는 중계그린1단지(3481가구)는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이지만 지난해 12월 거래 건수는 딱 1건에 그쳤다. 그러던 이 단지는 올해 들어 1월에만 8건, 2월부터 현재까진 9건의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이들 단지의 공통점은 단지 내 모든 평형이 시세 9억원 이하라는 점이다. 지난 1월 말부터 시행된 신생아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신생아특례대출이 시행된 올해 들어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 특히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몰려 있는 곳들부터 거래량이 조금씩 늘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2월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서 매매거래된 9억원 이하 아파트 계약 건수는 1567건으로, 전체(2762건)의 56.7%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의 9억원 이하 비중(55.9%)에 비해 1% 이상 오른 수치다.
거래 건수를 보면 변화가 더욱 실감된다. 서울 9억원 이하 아파트의 매매거래는 지난해 12월 1038건에서 올해 1월 1430건, 2월 이후 1567건 거래됐다. 매매계약 등록 신고 기한(30일)을 고려하면 2월 이후 거래 건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지난 1월 29일부터 신청받았으나 그 이전에 체결한 계약이어도 잔금을 내지 않았으면 신청할 수 있어 1월 계약건수에도 영향을 많이 미쳤을 것이라는 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설명이다.
구 별로는 노원구가 392건으로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거래가 가장 많았다. 이어 구로구(248건), 성북구(246건), 강서구(201건) 등에서도 9억원 이하 아파트가 집중 거래됐다.
구로구의 경우 구로동 구로두산아파트가 가장 많이 손바뀜됐다. 구로두산아파트(1285가구)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단 매매계약이 단 2건뿐이었으나, 1월엔 7건, 2월 이후론 13건이 거래됐다. 구로두산아파트는 올해 들어 서울 9억원 이하 주택이 중 가장 많이 거래된 단지로 집계됐다. 신고 기간이 아직 남아있어 2, 3월 거래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성북구에선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가 올해 들어서만 18건이 9억원 이하로 거래됐고, 길음동 길음뉴타운2단지푸르지오(1634가구)도 9억원 이하 거래가 13건 있었다. 길음뉴타운2단지푸르지오 역시 지난해 12월 한 달간 거래가 뚝 끊겼던 곳이다. 강서구에선 가양6단지(1467가구)가 지난해 12월 단 2건에서 올해 10건으로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다.
이어 도봉구(187건), 동대문구(175건), 은평구(174건), 관악구(153건), 중랑구(145건), 양천구(136건), 영등포구(121건), 서대문구(119건), 강동구(114건), 동작구(109건) 등이 뒤를 이었다. 도봉구에선 쌍문동 삼익세라믹(1541가구), 동대문구에선 휘경동 주공2단지(800가구)가 각각 14가구와 8가구씩 매매되며 활발히 거래됐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에서도 중저가 매수시장을 중심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만큼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거래량을 반등시키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