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수주 6년來 최저…’공급절벽’ 경고등

올해 1월 국내 건설사들의 주택 수주액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공사비 급등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대한건설협회가 국내 건설 수주 동향을 조사한 결과 지난 1월 한 달간 국내 건설사들의 주택(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총 3조265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거용 건축 수주는 신규 주택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의 수주를 의미한다.

1월 기준으로는 2018년(3조2612억원)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수주액이다. 월별 기준으로는 2019년 2월(2조6626억원) 이후 최저치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수주액이 급격히 감소한 지난해 1월에 비해서도 11.5% 줄어들었고, 2년 전인 2022년 1월(5조9956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협회 측은 “1월은 부동산 PF,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에 따라 공공·민간 부문 모두 수주 실적이 하락해 건설 경기 위축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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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금융당국이 연초 금융권을 향해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를 연신 강조하고 나선 게 수주액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압박에 금융권이 매우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을 위해 새로운 PF를 일으키기가 워낙 어려워 수주액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공사비 상승과 관련해 그는 “정비사업의 경우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의 갈등이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데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분양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공사비를 마냥 올려 받을 수도 없어 건설사들이 자연스럽게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수주 기피 현상은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우수한 서울 강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우성4차 아파트는 앞서 두 차례 입찰에서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결국 3.3㎡당 공사비를 기존 760만원에서 810만원으로 올린 후에야 최근 현장설명회에 건설사들이 나타났다. 서초구 신반포27차 재건축 등도 앞서 시공사 선정에 실패한 뒤 공사비를 올려 현장설명회를 다시 열고 시공사 물색에 나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이나 서울 도심이라도 공사비가 워낙 오르다보니 적정한 공사비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분양가가 받쳐줄 수 있는 사업장들만 선별 수주를 하고 있다”며 “지방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까지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 5년째 1위인 현대건설도 이달에서야 경기도 성남 중2구역에서 올해 마수걸이 수주를 했다.

정비사업뿐만이 아니다. 신규 주택 사업도 땅을 사줄 건설사를 찾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수도권에서도 아파트 용지 분양에 거듭 실패했다. 수원 당수지구(C2블록), 심지어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C-1블록)도 2순위 추첨까지 했으나 땅을 매입해 아파트를 지을 건설업체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LH 관계자는 “요새 부동산 경기가 워낙 안 좋다보니 지원 자체를 안 하거나, 지원을 한 뒤에도 신청예약금이나 입찰보증금을 내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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